사회

[리뷰] 다큐 ‘기이한 생각의 바다에서’ - 인문학의 거장 김우창 교수의 사상과 삶

다큐 '기이한 생각의 바다에서' 스틸 ⓒ 영화사 시월
다큐 '기이한 생각의 바다에서' 스틸 ⓒ 영화사 시월

[리뷰] 다큐 ‘기이한 생각의 바다에서’

- 김성례(서강대 종교학과 명예교수·종교인류학 전공)

다큐 '기이한 생각의 바다에서' 스틸 ⓒ 영화사 시월

김우창 선생의 삶은 유교의 문구 '거인호학무량수(居仁好學無量壽)'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저의 선친(1928년생)께서 1988년 환갑을 맞이했을 때 스승 성천(星泉) 류달영 선생이 직접 써주신 휘호로서, "어진 마음을 베풀고 배움을 좋아하여 장수하시길 바랍니다"라는 생일 축하의 뜻이 있습니다. 농업경제학자인 선친과 마찬가지로 종교인류학이라는 분과학문을 하고 있는 저는 거실에 걸어놓은 액자 속 문구 가운데 '호학(好學)'의 뜻을 막연하게 '이런저런 학문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문구의 원류 문헌을 찾아보니 그보다 훨씬 깊은 뜻이 있었어요. 『논어』에 나오는 '호학(好學)'은 "본인 스스로 원숙한 단계의 성취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스로를 '배움'을 좋아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다큐가 보여주는 김우창 선생이 바로 '호학(好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큐영화 제목과 같은 김우창 선생의 석학인문강좌 강의록 『기이한 생각의 바다에서』(2012, 돌베개)의 부제는 '자기형성에 대하여'인데요. 김우창 선생이 제시하는, 인간으로서 내면의 원리인 이성을 가지고 세계의 원리를 이해하는 '자기형성'의 진로가 바로 『논어』에서 말하는 '호학(好學)'이라고 보았어요. 고전 한문학에 깊은 조예를 가진 마지막 세대이며 릴케, 횔덜린, 워즈워스 등 서구의 시인을 연구한 영문학자로서 김우창 선생의 '자기형성'은 공자와 같은 유학자의 '호학'을 따랐다고 볼 수 있지요. 동서사상이 한 인문학자의 사유세계에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례입니다. 주위의 시선이나 비가 새는 낡은 집과 세상일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마지막 저술이 될 『사물과 존재의 지평』 원고를 마무리하려고 애쓰시는 김우창(1936년생) 선생은 호학(好學)의 마인드와 정서를 90세가 넘도록 견지하고 있는 유학의 마지막 선비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다큐 '기이한 생각의 바다에서' 포스터 ⓒ영화사 시월

최정단 감독의 다큐 '기이한 생각의 바다에서'는 21년을 촬영하고 8년을 편집했다는, 그야말로 경이로운 다큐입니다. 같은 제목의 저서에서 김우창 선생은 인간이 자기로 형성되는 데에는 이성이라는 내적인 원리가 작동되어야 하며, 이성의 근원은 주체성의 힘인데, 이러한 내면의 형상, 즉 영혼의 모습은 기이한 생각의 바다를 홀로 항해하는 지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다큐는 보다 넓은 현실과 알 수 없는 존재의 바다에서 항해하는 운명을 가진 인간의 심미적 이성의 작동에 대한 인문학적 탐구를 90세 너머까지 멈추지 않는 김우창 선생의 기이한 삶과 사유세계를 유려한 영상언어로 포착하고 있어요. '주체적 인간의 형성과 심미적 이성의 내적 원리'—그동안 잊고 있던 철학적 질문을 되묻게 하는 이 다큐의 영상 텍스트는 '기이한 생각의 바다'를 항해하는 또 다른 평행우주(parallel cosmos)를 창조합니다. 김우창 선생의 삶과 집이라는 우주 속으로 관중을 초대하여 광대한 사유의 바다를 항해하도록 이끈 최정단 감독과 영화사 시월(시간을 초월)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성례(서강대 종교학과 명예교수·종교인류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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