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판박이 은폐…실종 '셀프 종결', 빙산의 일각?
보신 것처럼 경찰을 믿고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들이 직접 찾아나섰다가 마주한 현실은, 믿기 힘든 은폐 정황이었습니다. 지난 5월 실종된 37살 장미란 씨는 물론 시신으로 발견된 60대 남성의 실종 신고 때도, 같은 경찰관이 '셀프 종결'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사건을 취재한 전국부 김준석 기자와 자세히 짚어봅니다. 김 기자, 우선 '실종 신고를 접수받은 경찰관이 사건을 마음대로 끝낸다', 이해가 안 가는데 어떻게 가능했던 겁니까?
네, 일단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 112시스템 외에, 실종프로파일링 시스템이라는 내부 전산망에도 등록하게 돼 있는데요. 실종 관련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수사를 지원하는 용도로 2011년 도입됐습니다. 그런데, 앞서 보신 두 사건 모두 시점은 다르지만, 같은 방식으로 종결처리됐습니다. 실종 신고를 접수한 지 몇 시간 만에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다", "무사하고, 어디에 있는지 알리지 말아달라고 했다"며 실종자 수색을 종결시킨 겁니다. 이후 내부 전산망에서도 실종기록을 찾을 수 없게 목록에서 안보이게 해제 처리했다는 게 지금까지 드러난 경찰 수사 내용입니다.
한 번도 아니고 파악된 건만 벌써 2건인데, 그동안 어떻게 들키지 않을 수 있었습니까?
프로파일링 시스템 자체에서 기록이 보이지 않게 되다 보니, 이번처럼 유족이 경찰 처리에 의문을 품고 재확인에 나서거나, 실종자가 우연히 발견되지 않고서는 외부에 드러날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한마디로 경찰관 한 명이 마음먹고 실종 신고를 뭉개버리면, 검증할 방법이 없었던 셈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청도 부랴부랴 개선책을 내놓았는데요. 일선에서 실종 사건 해제를 요청하면, 팀장이나 과장 등 관리자가 입력 내용을 직접 확인한 뒤 최종 승인하도록 '이중 장치' 마련하겠다는 게 개선안의 핵심 내용입니다.
마음먹고 뭉개면 방법이 없었다.. 사건 관리 체계에 구멍이 뚫려 있었던 셈인데, 담당 경찰관의 셀프 종결로 골든타임을 놓쳤다면, 개인의 일탈을 넘어 경찰의 지휘·관리 책임도 따져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네, 어제 긴급체포된 해당 경장은 실종자 수사라는 본분을 저버린 '직무유기' 혐의에, 프로파일링 시스템 조작 혐의, 그리고 실종자 수사를 방해한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3가지 혐의가 적용돼 있는 상태입니다. 향후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당시 지휘 라인의 관리 부실 책임까지 따져 물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경찰이 뒤늦게 전수조사에 나섰는데, 추가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까?
네, 단순히 한 경찰관의 일탈로 보기엔, 기존 실종자 수사 체계의 허점과 문제점이 너무나 뚜렷하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직접 제주로 내려온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홍 본부장은 "다른 허위 종결 사례가 없는지 전수조사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로 유사한 은폐 사례가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제주경찰청도 해당 경장이 과거에 맡았던 모든 실종 사건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도움을 기다리고 있을 또 다른 실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 그리고 여전히 실종 상태인 장미란 씨를 찾기 위한 수색에도 모든 역량이 총동원돼야겠습니다. 김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