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돈 못 버는 업종은 임금 깎자?" 최저임금 차등적용론과 불평등 논쟁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사진 | 뉴시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사진 | 뉴시스]

내년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국면에서 경영계는 "식당 취업자의 1인당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으니 최저임금을 평균보다 낮게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영계는 14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의 필요성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최저임금은 2001년 1865원에서 2026년 1만320원으로 25년간 5.4배로 증가했는데, 이 때문에 일부 업종의 최저임금 수용성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게 경영계의 분석이다.

경영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불 여력과 노동생산성을 보여주는 '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에서 숙박·음식점업은 지난해 2845만원을 기록했다. 전업종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다. 쉽게 말해 숙박·음식점업은 취업자당 기대수익이 적어 최저임금을 맞춰주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에서도 숙박·음식점업은 87.1%를 기록했지만 제조업은 54.4%, 금융·보험업은 43.6%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수준이 중위임금보다 지나치게 높으면 일자리 감소 등 고용과 소상공인 경영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특히 상황이 점점 악화하는 숙박·음식점업의 현주소는 현행 최저임금을 실제로 지키는 게 어려워졌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숙박·음식점업 종사자 중 법정 최저임금액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율은 2001년 6.4%에서 2025년 31.6%로 급격히 올랐다. 경영계는 업종별 지불 여력과 생산성이 크게 다른 상황에서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일률 적용하는 것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영계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논리적 빈틈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경우 고용 불평등이 되레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는 "몇몇 업종의 1인당 부가가치가 낮은 게 노동자의 생산성 문제라기보단 산업의 구조적 특성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고 분석한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숙박·음식점업 같은 대면 서비스업은 제조업처럼 대규모 설비 투자나 기술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를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어렵다. 이런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못 버는 업종의 최저임금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평등성 측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선 '모두를 위한'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노총·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운동본부'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올해보다 16.3% 오른 1만2000원을 최저임금 최초안으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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