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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외국인 출입국금지 기준 비공개 결정…"난민은 공개했는데"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김광일 기자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김광일 기자

法, 외국인 입국금지·출국 내부기준 비공개 인정

法 "기준 공개하면 '유리한 외관' 만들어 규제 우회 우려"

두루 "처분 기준 모르면 불복·일관성 검증 어려워"

"난민 지침 공개 이후 오히려 심사 절차 투명해져" 반박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김광일 기자

외국인의 출입국 금지에 적용되는 법무부 내부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기준이 공개되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기준이 공개되면 난민 심사처럼 절차가 투명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공현진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공익법단체 두루 측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 대부분을 기각했다.

두루 측이 공개를 요구한 것은 법무부가 외국인의 입국금지나 출국 여부 등을 결정할 때 사용하는 내부 지침이다. 구체적으로 △입국규제 업무처리 등에 관한 지침(입국규제지침) △벌금형 확정 외국인 심사결정 기준(벌금형 기준) △범칙금 및 과태료 부과 세부기준 지침(범칙금 지침) 등이다.

법원은 입국규제지침과 벌금형 기준의 핵심 내용을 비공개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범칙금 지침도 감경 대상과 비율, 세부 심사 기준은 비공개가 정당하다고 봤고, 법적 근거나 일반적인 부과 기준 등 일부만 공개하도록 했다.

法 "출국 조치 피할 '유리한 외관' 만들 우려"

입국규제지침에는 입국금지 대상뿐만 아니라 금지 기간과 면제 대상, 개별 사건의 심사 기준, 내부 처리 절차 등이 담겨 있다. 재판부는 이를 공개할 경우 외국인이 미리 기준을 파악해 입국금지 조치를 피해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이 심사기준을 우회하거나 형해화할 수 있는 외관을 작출함으로써 입국규제의 실효성을 잠탈할 우려가 있다"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입국금지가 국가의 국경 관리와도 직결되는 만큼 개인의 알 권리보다 지침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얻는 공익이 더 크다고도 판단했다. 외국인에게 대한민국에 입국할 자유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벌금형을 받은 외국인의 출국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비슷한 판단을 내렸다.

법무부 내부지침상 벌금 300만원 이상이 확정되거나 최근 5년 이내 벌금 합계가 500만원 이상인 외국인 등은 출국조치 심사 대상이 된다. 최근 2년 이내 2회 이상 또는 5년 이내 3회 이상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기준에 해당한다고 곧바로 출국 조치되는 것은 아니며, 법무부는 국내 체류 상황 등 개별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 최종 처분을 결정한다.

법무부는 범죄 내용과 국내 체류 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 최종 처분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실제 출국 여부를 가르는 구체적인 내부 심사 기준은 공개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세부 기준까지 공개되면 외국인에게 국내 법질서를 지키지 않아도 출국 조치를 피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봤다. 또 구체적인 기준을 미리 알게 된 "외국인이 그 기준에 맞추어 유리한 외관을 만들어 내거나 관련 자료를 가공하는 등의 심사절차를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기준도 모른 채 입국금지·출국 처분 다퉈야"

두루 측은 법원이 제시한 '악용 가능성'만으로 구체적인 판단 기준까지 비공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두루의 이상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런 식으로 치면 형법이나 판례를 공개하면 범죄인들이 그걸 우회해 나쁜 짓을 한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범죄자들이 처벌 기준을 피해갈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형법이나 처벌 기준을 비공개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사나 조사 과정에서 일정한 비밀이 필요한 경우와 행정청의 최종 판단 기준은 구분해야 한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언제 어떤 식으로 수사나 조사가 진행되는지를 모두 알려주면 악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절차에 관한 규정에는 일부 밀행성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이 사건은 절차에 관한 것이 아니라 최종적인 판단 기준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루 측이 특히 문제 삼는 것은 실제 입국금지나 출국 조치를 받은 당사자조차 자신에게 어떤 기준이 적용됐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처분 기준을 모르면 자신에게 내려진 조치가 적절했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더라도 무엇을 근거로 다퉈야 할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행정절차에서 기준을 제시하고 처분 이유를 공개하는 것은 당사자가 불복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며 "반대로 기준에 따라 처분이 이뤄졌다는 것을 알면 당사자가 승복할 수 있게 하는 기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청만 기준을 알고 당사자는 모르면 행정청의 판단이 일관적이고 공정한지 검증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두루 측은 행정청만 내부 기준을 알고 있는 구조에서는 동일하거나 비슷한 사건에 일관된 기준이 적용됐는지도 외부에서 검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처분을 받은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자신에게 어떤 지침과 기준이 적용됐는지 알 수 없어 처분의 위법성을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악용 우려'에도 공개했던 난민지침…이번엔 달랐다

두루 측은 이번 판결이 과거 법무부의 난민 관련 내부지침을 둘러싼 법원의 판단과도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의 '난민인정 심사·처우·체류 지침' 역시 과거 비공개 내부지침이었지만 정보공개 소송을 거쳐 공개됐다. 두루 측이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관련 정보공개 소송에서 법원이 지침 공개를 명령했고, 이후 항소심과 대법원을 거쳐 2022년 확정됐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당시에도 법무부는 난민 관련 지침을 공개하면 신청자들이 기준을 파악해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당시에도 법무부에서는 기준을 알면 허위로 무언가를 하는 등 악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며 "하지만 지침 공개 이후 오히려 난민 심사 절차가 더 투명해졌지, 지침이 공개돼 악용되면서 난민 심사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는 법무부도 더 이상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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