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서류합격자 60명 중 5명만 ‘다른 대학’…한화에어로 ‘입구컷’ 실제 적용됐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경력직 채용에서 출신 대학과 연령 등을 최소 기준으로 삼는 내부 가이드라인을 실제 채용 과정에서 적용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습니다.

대표이사가 나서서 사과하고 가이드라인을 철회하기로 했지만, 이미 한 차례 채용의 서류전형에서 가이드라인을 통해 1천여 명의 지원자가 걸러졌다는 겁니다.

KBS 취재 결과, 최근 서류전형 결과가 발표된 한화에어로의 경력직 채용에는 모두 1,728명이 지원했습니다.

이 가운데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채용 대상으로 분류한 16개 국내 대학 출신 지원자는 377명으로 전체의 21.8%였습니다.

그런데 서류전형을 통과한 60명 가운데 55명, 91.7%는 이들 대학 출신이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원 단계에서는 전체의 5명 중 1명 정도였던 특정 대학 출신이 서류 합격 단계에서는 10명 중 9명 이상을 차지한 겁니다.

나머지 서류 합격자는 5명뿐이었는데, 이 가운데 3명도 각각 육군·해군·공군사관학교 출신이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난달 3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각 사업부 채용 담당자에게 배포된 경력 채용 가이드라인 일부. 전국 사업장 기준 국내 16개 대학 기준이 기재돼 있다.

회사 내부의 제보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해당 서류 전형에서 16개 대학 기준이 실제 적용된 사실상 첫 사례라고 밝혔습니다.

또 "첫 의혹 보도 이후 대표이사가 사과까지 했지만 정작 채용 담당자들에게 해당 가이드라인의 수정이나 폐기 등에 대한 별다른 공지나 지침은 없었던 거로 안다"며 "현업 입장에서는 별다른 안내가 없는 이상 가이드라인을 어느 정도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이 같은 수치만으로 16개 대학 기준이 실제 합격 여부를 결정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지원자별 직무 경력과 전공, 경력 연수 등 다른 평가 요소가 서류전형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해당 채용은 서류전형 결과가 발표된 이후 다음 전형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1,700명 넘는 지원자가 몰린 전형의 후속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이유와 내부 가이드라인 논란과의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KBS는 한화에어로가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특정 대학과 출생 연도 등을 담은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난 8월 말 각 사업부 채용 담당자들에게 배포한 사실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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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659312

■ 한화에어로 "문제인지 뒤 즉시 회수·폐기" 국회에 답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회 교육위원회 서범수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통해 해당 가이드라인에 대해 정식 결재를 거치지 않은 '실무급 차원의 일탈'이라고 설명하고, 문제를 인지한 뒤 즉시 회수·폐기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해당 가이드라인의 정확한 폐기 시점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습니다.

가이드라인에 연령 기준을 포함한 데 대해서는 "장기간 진행되는 방산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20년 이상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답변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7일 이부환 대표이사 명의로 공식 사과하고 관련 책임자 징계와 채용 절차 개선, 공정 채용 교육 강화 등을 약속했습니다.

회사 측은 가이드라인에 기재된 연령이나 학력 범위를 벗어난 지원자도 최종 합격한 사례가 있다며, 이를 별도의 구속력 있는 선발 기준으로 적용한 사실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논란은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질 전망입니다.

국회 교육위는 오늘(29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부환 한화에어로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다음달 7일 열릴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선 문제가 된 내부 가이드라인의 작성·배포 경위와 실제 채용 적용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범수 의원은 "출신학교와 나이로 청년의 기회를 가로막는 채용은 학벌사회의 폐단을 굳히고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며 "국정감사에서 위법 여부를 철저히 밝혀 한화 측의 책임을 묻고 법의 빈틈을 메우는 보완 입법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 노동부 감독…시민사회, 출신학교 채용 차별 방지법 처리 촉구

고용노동부는 지난 16일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감독에 착수해 가이드라인이 실제 채용 과정에 적용됐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노동부는 최근 3년 이상의 채용 관련 자료를 확보해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가이드라인 작성·배포 이후 진행된 구체적인 채용 전형 자료까지 확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29일 출신학교채별방지법 국민운동 등 329개 단체가 서울시 중구 한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 측에 재방 방지 대책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출신학교채용차별방지법 국민운동 등 329개 단체는 오늘(29일) 서울시 중구 한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 측에 재발 방지 대책의 이행을 요구하는 한편, 다른 대기업들도 내부 채용 지침을 자진 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또 현행 채용절차법상 수집 금지 정보에 출신학교를 포함하는, 이른바 '출신학교 채용차별 방지법' 처리를 국회에 요구했습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연혜원 투명가방끈 상임활동가는 "가장 큰 기업들이 20살 무렵에 어느 대학에 들어갔는지를 보고 서류를 열어볼 사람과 열어보지 않을 사람부터 나눈다면, 그 이후 우리가 쌓아온 시간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대기업이 명문대 출신을 골라 뽑으면 그것은 한 회사의 채용으로 끝나지 않는다. 청년들은 그 기준을 보고 어느 대학을 가야 하는지 계산하고 다른 기업들도 그 기준을 따라간다"며 "결국 기업은 대학 서열을 이용하는 동시에 그 서열을 다시 만들어낸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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