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능력도 안 되면서"…'동지' 향해 날 세운 李, 전운 감도는 與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李 "급진 개혁 내세워 내부 공격"…SNS로 작심 비판

김지용 인선 놓고 靑·추미애·김용민 정면충돌

김어준·유시민까지 쓴소리…커지는 여권 균열

"순수한 급진성도 문제겠지만,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를 요구하고 인사나 국가정책까지 자기 뜻대로 하려다가 잘 안되니 대의명분 삼아 급진 개혁을 내세우며 내부 공격을 하는 것이 더 문제다."(이재명 대통령, 9일 SNS)

이재명 대통령의 화살이 이제 여권 내부를 향하고 있다. 과거 정치적 동지로 손을 맞잡았던 인사들과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장면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장 후보자 인선을 놓고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권 내 강경파와 날 선 설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단순한 정책 이견을 넘어 서로의 판단과 정치적 의도까지 문제 삼는 수준으로 갈등이 번지고 있다.

표면적인 전선은 검찰개혁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민주당의 정체성과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더 근본적인 충돌이 자리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친명(親이재명)·친청(親정청래) 갈등과 맞물려, 집권 이후 여권 내부의 권력 지형이 재편되는 과정이라는 해석이다. 한때 '이재명 지키기'로 뭉쳤던 여권이 이제는 '우리가 가야할 길'을 놓고 분화하기 시작한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큰 자리 요구하다 내부 공격"…달라진 李의 메시지

이 대통령은 9일 엑스(X·옛 트위터)에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의 칼럼을 공유하며 여권 내부를 겨냥한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놨다. "순수한 급진성도 문제겠지만,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를 요구하고 인사나 국가정책까지 자기 뜻대로 하려다가 잘 안되니 대의명분 삼아 급진 개혁을 내세우며 내부 공격을 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강한 개혁을 주장하는 일부 인사들의 정치적 동기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인용한 조 전 교육감의 칼럼 제목은 '적을 향한 증오가 동지를 향할 때'였다. 조 전 교육감은 민주진보 진영의 내부 갈등을 분석하며 "혁명을 위해 동지를 치는 게 아니라, 동지를 치는 일 자체가 혁명이 돼 버린다"고 지적했다. 개혁을 완성하려는 열망이 어느 순간 동지를 공격하는 명분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경고다. 이 대통령이 이 대목을 직접 인용했다는 점에서 최근 여권 내 갈등을 바라보는 그의 문제의식도 읽힌다.

주목되는 것은 대통령의 이 같은 메시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에도 "개혁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 하는 것이지, 누군가의 정치적 성과와 환호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개혁이 정치적 주목이나 공격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튿날에는 한발 더 나아가 "검찰개혁을 빙자해 사심으로 인사와 구체적 수사·공소 업무까지 좌지우지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개혁의 방법을 둘러싼 우려에서 시작해 인사 개입과 사심을 문제 삼는 데까지 비판 수위가 높아진 셈이다.

물론 이 대통령이 특정 인물을 직접 지목한 것은 아니다. 다만 발언의 시점과 맥락을 고려하면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인선에 공개 반대해 온 범여권 강경파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김 후보자 인선을 두고 "모순의 극치"라며 거듭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김 후보자가 과거 검찰 재직 시절 수사·기소 분리에 반대했던 이력 등을 문제 삼으며 검찰개혁의 취지와 어긋난 인사라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추 지사는 김 후보자의 검찰 재직 당시 행적까지 거론하며 청와대의 인사 판단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의 반발도 거셌다. 김 의원은 지난 1일 김 후보자 인선을 광복 이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위원장에 친일파를 임명하는 상황에 빗대며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도 나섰다. 기존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기 위해 출범한 기관의 수장에 검찰 출신 인사를 앉히는 것이 개혁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이 대통령의 판단은 다르다. 검찰개혁의 목적은 기존 검찰에 대한 보복이나 조직 파괴가 아니라 수사와 기소의 분리, 권한 남용 방지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에서 좌천과 사직을 겪은 이력이 있어 친윤 인사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논리도 펼쳤다. 추천위원회가 압축한 4명의 후보 가운데 가장 적합한 인물로 판단했지만, 최종 임명은 국회 청문회 이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시민 작가, 추미애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김어준의 '사랑 종료', 유시민의 '배신론'

중수청장 인선은 여권 내부의 균열을 드러낸 가장 최근의 사건일 뿐이다. 그보다 앞서 방송인 김어준씨와 유시민 작가도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해 왔다. 특히 김씨는 이른바 '뉴이재명' 세력 일부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기존 민주진보 진영 인사들을 공격하는 상황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중도 확장이라는 명분 아래 기존 핵심 지지층을 밀어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지난 9월28일에는 더욱 상징적인 발언이 나왔다. 김씨가 자신의 방송에서 이 대통령을 향해 "사랑의 시기는 끝났다"고 선언한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을 자신의 몸처럼 걱정하며 돌보던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의미였다. 다만 김씨는 관계 단절 대신 '우정의 관계'와 '동지적 관계'를 언급했다. 과거와 같은 전폭적 지지보다는 필요할 때 비판하는 관계로 바뀌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유시민 작가의 비판은 한층 직접적이었다. 유 작가는 지난 6월부터 이 대통령의 통합·외연 확장 노선을 민주당의 '재건축'에 비유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새로운 지지층을 끌어들이는 것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기존 민주진보 진영의 정체성과 핵심 지지층을 밀어내는 방식이라면 실패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유 작가의 비판은 더욱 거칠어졌다. 지난 9월22일에는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구상이 기존 민주당의 입장이나 대선 과정에서 제시했던 방향과 다르다며 "국민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대통령의 개혁 의지를 왜곡하고 있다며 반박했고, 법적 대응 검토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여당 지도부에서도 유 작가의 발언에 유감을 표명하며 대통령을 엄호했다.

주목되는 것은 이 같은 갈등이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당내 노선 경쟁과도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당시 이 대통령과의 협력 및 중도 확장을 강조한 김민석 후보와 개혁의 선명성을 내세운 정청래 후보가 맞붙었다. 김 후보가 당대표에 당선되면서 공식적인 당권 경쟁은 일단락됐지만, 지도부에는 친청계 최고위원들이 대거 진입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드러난 여권 내부의 노선 차이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물론 김어준·유시민과 추미애·김용민을 하나의 조직적 반대 세력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김씨는 기존 지지층과의 관계를, 유 작가는 민주당의 정체성과 개혁 방향을, 추 지사와 김 의원은 구체적인 인사의 적절성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문제 제기는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이재명 정부가 기존 민주진보 진영의 개혁적 정체성을 충분히 계승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여권 내부의 갈등이 더욱 복잡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통령 역시 이들의 문제 제기를 단순한 이견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정치적 의도까지 거론하며 맞서는 모습이다. 한때 같은 편에서 싸웠던 인사들이 서로를 견제하는 관계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찬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밑에 불은 그대로"…쉽지 않은 갈등 봉합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권 내부에도 미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대통령의 불만이나 비판에 사심이 담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공론의 장에 대통령이 직접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건강한 것"이라면서도 "날 선 글이 계속 확대되고, 이를 지지자들이 받아 다시 상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는 것은 우려스러운 점"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의 SNS 정치가 갈등을 봉합하기보다 오히려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지난 6일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서 이 대통령이 최근 '좌아하게'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친명의 대응 방식을 지금 톤다운시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저쪽에서 공격하더라도 우리부터 좀 잦아들고, 저쪽도 잦아들게 해서 갈등을 무마시키고 가라앉히려는 의도로 얘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진 교수는 표현 수위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 얘기를 들어보면 이게 그런 식으로 무마될 수 있는 게 아니다. 표현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물이 끓는 건 왜 끓느냐. 밑에 불이 있기 때문에 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은 놔두고 '너희 끓지 마라' 이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 SNS가 오히려 상처를 더 덧내고 간극을 더 벌려버리고 있다"며 "내가 참모라면 SNS 하지 말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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