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조롱' 혐오표현 심의가 어려운 이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된 후 온라인상의 차별·혐오표현이 불법정보로 규정됐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비하하는 게시물이 불법정보로 심의될 수 있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제기된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민원은 총 11건이다. 노 전 대통령 얼굴을 나체와 합성하거나 변기에 내려보내는 등 조롱·폄하가 담긴 게시물을 심의해달라는 민원이다. 노래 가사에 "운지", "부엉이바위" 등을 넣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희화화하거나 권양숙 전 여사를 성희롱하는 게시물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재단은 노 전 대통령 조롱·비하 게시물을 유해정보가 아닌 '불법정보'로 민원을 제기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따라 온라인상의 차별·혐오표현이 불법정보가 되었기 때문이다. 개정 망법은 인종, 국가, 지역, 성별, 장애, 연령, 사회적 신분, 소득수준 또는 재산상태를 이유로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는 정보,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정보를 불법정보로 규정한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 조롱·폄하 게시물을 불법으로 규정하려면 해당 정보가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하는 정보에 해당하는지 따져야 한다. 단순히 개인의 존엄성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심의할 수는 없다. 개정 망법에 차별 사유 기준이 구체적으로 적시됐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한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으로 반대되는 진영의 대통령이었다는 노 전 대통령의 '사회적 신분'이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차별·혐오표현은 성별이나 인종처럼 개인이나 집단의 속성을 일반화시켜 사회적인 편견 및 증오심을 조장할 때 문제가 된다. 노 전 대통령 조롱·비하 게시물을 불법으로 심의하려면 이처럼 대통령이라는 '사회적 신분'이 사회적인 편견 및 증오심을 조장하는 데 활용됐다고 판단해야 한다. 대통령이라는 조건이 차별 사유가 됐다고 봐야 하는 것인데 이렇게 보긴 사실상 어렵다. 차별·혐오표현을 규제하는 논리 중 하나는 해당 표현이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고인이라 하더라도 사회적 약자가 아닌 권력자에 해당한다.
방미심위에서 개정 망법을 적용해 차별·혐오표현을 '불법정보'로 심의한 사례는 아직 없다. 차별·비하 정보를 통상 '유해정보'로 심의해왔던 터라 개정 망법 이후 이를 '불법정보'로 심의해야 할지, '유해정보'로 심의해야 할지 논의가 끝나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조롱·비하 게시물이 아니더라도, 차별·혐오표현을 '불법정보'로 심의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 망법상 차별·혐오표현엔 '모법'(근거가 되는 상위 법률)이 없다. 방미심위가 불법정보로 심의하는 도박 조장, 성매매 알선 등의 온라인 정보는 모법에서 불법행위들을 열거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근거해 불법성 여부를 비교적 쉽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혐오표현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건 망법뿐이다.
개정 망법이 없었다면 노 전 대통령 조롱·비하 게시물은 '유해정보'로 심의됐을 것이다. 정보통신 심의규정 8조 3항에 따르면 장애인, 노약자 등 사회적인 소외계층을 비하하는 내용,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인종, 지역, 직업 등을 차별하거나 이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을 방미심위가 심의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심의 조건에 '등'이 있어 개정 망법의 차별·혐오표현 조건보다 폭넓게 해석된다. 정보통신 심의규정에 근거하면 '유해정보 심의', 개정 망법에 근거하면 '불법정보 심의'가 된다.
방미심위 현장에선 불법정보가 아닌 유해정보로 심의했을 경우 시정요구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졌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권력자인 것을 떠나 '운지' 등의 표현은 한 개인의 자살·죽음을 조롱·비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 게시물로 대표되는 일간베스트(일베) 등 극우적 활동들이 하나의 놀이처럼 변질돼 여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이 권력자라는 사실관계를 떠나 일베식 조롱은 사회적 합의를 벗어난 '유해정보'라는 판단을 방미심위가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불법정보 심의'는 근거가 명확해야 하기 때문에 일베 놀이가 가진 사회적 맥락을 반영하기가 어렵다.
노 전 대통령 조롱·비하 게시물에 대해선 8월 말 혹은 9월 초 의결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방미심위원들은 '제도연구반' 논의 결과를 청취해 노 전 대통령 조롱·비하 게시물을 다시 심의하기로 했다. 제도연구반은 개정 망법을 어떻게 심의규정에 적용하면 좋을지 논의하는 방미심위 산하 전문가 기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