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할 수 없다’는 오세훈, 재판부가 유죄 판단한 근거는

7월22일 법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르면 내년 초, 정치인 오세훈의 운명이 확정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 한 달 만에 시장직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7월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세훈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제57조에 따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공직을 잃고 5년간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이날 선고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그대로 확정되면, 오 시장은 직이 박탈될 뿐만 아니라 2030년에 열릴 제22대 대통령선거에도 출마할 수 없다.
이 사건에는 오세훈 시장을 제외하고 크게 세 사람이 등장한다. 오랜 측근인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오 시장을 10년 넘게 후원해온 사업가 김한정씨, 그리고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의 실질적 운영자였던 명태균씨다. 사건은 5년 전인 2021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1년 1월1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예비후보는 국민의힘 당내 경선을 앞두고 있었다.
김건희 특검은 오 시장이 이때 명태균씨와 접촉했다고 의심했다. 특검 공소장에서 피고인 오세훈의 범죄행위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강철원 전 부시장에게 명태균과 상의해 여론조사를 진행하라고 지시하고, 김한정씨에게 여론조사 비용 대납을 요청했다.’ 특검은, 오세훈 후보의 부탁에 따라 명씨가 2021년 1월22일부터 2월28일까지 총 열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관한 공표·비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강 전 부시장은 명씨와 상의하며 여론조사에 도움을 주고, 김씨는 다섯 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했다고 본다.
정치인이 여론조사 결과를 받은 게 범죄라고 볼 수는 없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면 우선 오세훈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 그래야 해당 여론조사에 들어간 비용을 그의 정치 활동을 위한 ‘정치자금’으로 볼 수 있다. 그 비용을 김한정씨 같은 제3자가 대신 부담한 것도 문제가 된다. 공식 후원회 등을 통할 때와 달리 ‘정치자금법이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인 오세훈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 행위다.
1심 재판부는 오 시장이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정황과, 실제 여론조사가 이뤄진 시점이 맞아떨어지는 점에 주목했다. 예를 들면 이런 대목이다. 2021년 1월22일 오전 11시 오세훈 후보에게 불리한 어느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오 후보는 같은 날 오후 5시9분 명태균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1시간쯤 뒤인 오후 6시27분 미래한국연구소 실무자였던 강혜경씨는 명씨에게 ‘서울 여론조사 테스트 진행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이에 따라 여론조사가 실시됐다.
재판부는 오세훈 시장이 명태균씨와 접촉한 시점도 짚었다. 오 시장이 명씨를 처음 만난 건 2020년 12월9일이다. 이날 그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선거 사무실을 찾아온 명씨를 ‘선거 및 여론조사 전문가’라고 소개받았다. 김영선 전 의원은 명씨를 ‘김종인(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보냈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 오세훈의 의뢰로 명태균이 여론조사를 실시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피고인 오세훈이 먼저 명태균의 연락처를 알아내 명태균을 식당으로 초대한 후 선거 전략과 여론조사에 관한 설명을 들은 점, 피고인 강철원이 1번 비공표용 여론조사 실시일인 2021년 1월22일 명태균에게 이 사건 경선 관련 자료를 제공하며 협조적 태도를 보인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 측은 당시 선거자금이 충분했다고 주장했다. “굳이 정치자금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무자격·불법 업체인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를 의뢰할 이유가 없다”라는 이야기다.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6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는 후보자 명의로 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를 피하기 위해 피고인 오세훈이 자신의 명의를 내세우지 않고 은밀하게 여론조사를 의뢰해 실시하고 그 비용 역시 은밀하게 지급할 수밖에 없다.”
재판부는 오세훈 시장에게 공직 자격상실형인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하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피고인은 서울시장 등을 역임하며 정치자금법의 입법취지와 내용을 잘 알고 있음에도 범행을 주도했고, 재판 과정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오 시장은 선고 직후 굳은 표정으로 한동안 재판부 쪽을 응시했다. 그는 “납득할 수 없다. 천하의 거짓말쟁이 명씨의 진술이 맞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