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나이든 여성 배우, ‘말하는 동물’보다 영화 주연 맡기 어렵다

배우 데미 무어는 62세에 영화 '서브스턴스' 주연을 맡아 생애 처음으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NEW
배우 데미 무어는 62세에 영화 '서브스턴스' 주연을 맡아 생애 처음으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NEW

영국 영화계에서 60세 이상의 여성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는 최근 3년간 5편에 불과했다. 반면, 인간 언어를 구사하는 동물이나 초자연적 생명체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약 20편에 달했다. 이는 60세 이상의 여성 배우가 주연을 맡을 확률이 말하는 동물보다 4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격차는 한국 영화계에서도 비슷하다. 최근 3년간 흥행한 한국 상업영화 100편을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 여성 배우가 주연을 맡은 작품은 19편에 그쳤고, 그마저도 상당수가 아내나 어머니 역할에 머물렀다. 스크린에서 나이 든 여성은 여전히 이야기의 주체가 아니라 누군가의 가족으로 존재하고 있다.

영국 연령차별 반대 캠페인 측이 조사한 결과,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영국에서 개봉한 최고 흥행작 100편 중 60세 이상의 여성이 주연을 맡은 영화는 5편에 불과했다. 이 5편의 영화는 니아 발다로스의 '나의 그리스식 웨딩 3', 니퍼 손더스의 '앨러루여', 고(故) 다이안 키튼과 제인 폰다, 캔디스 버겐, 메리 스틴버겐 등의 '북 클럽: 넥스트 챕터', 데미 무어의 '서브스턴스', 제이미 리 커티스의 '프리키 프라이데이 2'였다.

웨스트런던대학교의 연구에서는 지난 10년간 영국 영화에서 65세 이상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비율이 같은 연령대의 남성 캐릭터보다 3배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50세 이상 여성 캐릭터는 같은 나이대의 남성 캐릭터보다 대사량이 14% 적었다. 게다가 이들이 맡은 역할의 특징은 수동적이고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등의 전형성에 갇혀 있었으며, 작품 주요 줄거리와 무관한 경우가 많았다.

이와 관련해 영국을 대표하는 배우 엠마 톰슨은 "여성은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나이는 계속 들어간다. 그런데 우리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 있나"라고 지적하며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더욱 흥미로워진다. 저는 나이 든 여성을 중심으로 한 영화가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 우리는 매력적이고 공감할 수 있으며, 마땅히 주목받아야 할 존재다. 나이 든 여성은 스크린에 등장하기 위해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영화계가 그 뒤를 따라잡아야 할 뿐"이라고 밝혔다.

최근 3년간 한국 상업영화 100편을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 여성 배우가 주연을 맡은 작품은 19편에 그쳤고, 그마저도 상당수가 아내나 어머니 역할에 머물렀다. 60대 이상 여성 배우로 좁히면 6편으로 급감했다. 또한 100편 중 50대 이상 주연 여성 배우 수는 총 17명에 불과했으나, 남성 배우는 33명으로 2배 가까이 많았다.

50대 이상 여성 배우 주연 영화 19편 중 12편은 50대 이상 남성의 아내 혹은 10~40대 배우의 노모로 등장하는 종속적 특성을 지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대로 50대 이상 남성이 출연한 영화는 장르와 이야기 면에서 훨씬 다채로웠다. 역사를 다룬 '서울의 봄', '노량: 죽음의 바다', '승부'부터 범죄액션물인 '범죄도시' 시리즈, '베테랑2', '야당', 가상 세계를 다룬 영화인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더 문', '하이파이브', 오컬트물 '파묘', 중년 로맨스를 다룬 '달짝지근해: 7510' 등은 중년 남성의 삶을 보다 다양한 스펙트럼에 담아냈다.

그러나 여성 주연 캐릭터가 가족 및 연인 관계에 의존하지 않는 영화는 '밀수', '거미집', '시민덕희', '외계+인 2부', '설계자', '데드맨', '파과' 7편이 전부였다. 해당 작품에 가장 많이 출연한 배우는 염정아였으며, 이밖에 김혜수, 김희애, 라미란, 박정수, 염혜란, 이미숙, 이혜영, 장영남 등이 이름을 올렸다.

출산 후 광폭 행보, 생애주기 개척하는 여성 배우들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지현은 각각 2016년과 2018년 아이를 출산한 뒤男性 중심의 장르물에 뛰어들어 상징적인 필모그래피를 구축했다. 뿐만 아니라 11년만 스크린 복귀작인 '군체'는 지난달 21일 개봉해 530만명을 달성하며 2026년 개봉작 흥행 2위를 기록했다.

박신혜는 2022년 동료 배우 최태준과 결혼해 같은 해 첫째 아이를 출산한 후, 2년 만에 힐링 로맨스와 액션 판타지로 복귀한 바 있다. 이중 '지옥에서 온 판사'에서는 판사의 몸에 빙의한 악마로 분해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올해는 여성 연대가 두드러진 '언더커버 미쓰홍'에 출연해 많은 여성 시청자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사했다. 이어 4월 둘째 임신을 알린 그는 내년 출산과 함께 곧바로 '지옥에서 온 판사' 시즌2의 타이틀롤로 컴백한다는 소식을 확정 지으며, 기혼 여성 배우를 향한 업계 시선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