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나를 보세요, 이렇게 살 수도 있어!”

아사노 유미코(浅野由美子) 씨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유호, 노 보더〉(2026)는 일본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인물로 꼽히는 장애여성운동가 아사카 유호(安積遊歩) 씨의 삶을 기록하고 있
아사노 유미코(浅野由美子) 씨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유호, 노 보더〉(2026)는 일본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인물로 꼽히는 장애여성운동가 아사카 유호(安積遊歩) 씨의 삶을 기록하고 있

〈유호, 노 보더〉 감독 아사노 유미코 씨는 아사카 유호 씨의 삶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다. 아사카 유호 씨는 일본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인물로 꼽히는 장애여성운동가이다. 영화 〈유호, 노 보더〉는 아사카 유호 씨의 삶을 통해 ‘장벽을 허문’ 자립생활과 ‘확장된 가족’, 그리고 자매애를 보여준다.

아사노 유미코 씨는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난 2011년에 지역 사회의 동료들과 함께 ‘에베츠 탈원전예술제’를 기획했다. 예술제에 아사카 유호 씨를 강사로 초빙했는데, 영화 초반 장면이 바로 그때이다. 아사노 씨는 당시 행사기록용 영상을 찍고 있었다. 그러다가 두 시간여의 유호 씨 강연에 심장이 덜컹했다. 강연을 마친 후에 아사노 씨는 유호 씨에게 ‘영화를 찍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유호 씨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찍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사카 유호 씨는 선천적으로 뼈가 약하고, 어릴 때부터 가혹한 의료개입과 ‘정상인’모델의 교육으로 고통을 받았다. 하지만 뇌병변장애인 당사자 단체 ‘푸른잔디회’와 만나면서, 장애를 만들고 있는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행동에 나선다. 미국에서 페미니즘을 접한 후 돌아와 일본 최초로 장애인 당사자에 의한 자립생활센터 설립에 참여하고, 우생보호법의 우생조항을 삭제하는 데에 기여했다.

아사노 유미코 씨는 홋카이도 출생으로 전문대를 졸업한 후 일하며 미술학교에서 공부했다. 판화가이자 화가로 활동하다가 2012년에 후지노 토모아키 씨와 함께 다큐멘터리 제작회사 영상공방 조시마를 설립했다. 첫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인 〈유호, 노 보더〉는 현재 도쿄 및 일본전역에서 상영 중이다.

아사노 씨는 영화 〈유호, 노 보더〉를 통해 장애와 성의 복합차별을 다루었다. 아사카 유호 씨는 그 복잡미묘한 과제를 명확하게 만들어주는 존재였다. 아사노 씨는 어린 시절 가부장적이고 억압적인 문화에서 자라서 성차별을 깊이 느꼈다. 영화 〈유호, 노 보더〉의 시사회 반응도 흥미로웠다. 남성 관객들이 많은 것 같았는데, 장애 얘기를 하다가 방향을 틀어 페미니즘 얘기로 흘러가니 당황하는 것 같았다.

아사노 씨와 함께 영상공방을 설립해 이번 작품에도 편집 등으로 참여한 후지노 토모아키 씨도 아사노 씨와의 협력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아사노 씨는 영화를 만들기 전에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의 〈어떻게 해야 했을까?〉 제작에 관여했다. 조현병이 발병한 누나를 둘러싸고 후지노 씨 본인의 가족을 찍은 영화였다. 아사카 유호 씨는 자신을 찍은 이번 작품이 바로 그 영화의 질문에 대한 응답이라는 걸 간파했다. “나를 보세요, 이렇게 살면 됐을 텐데요”라고 이 작품은 말하고 있다.

아사노 씨는 촬영 중에 유호 씨에게 “제가 너무 서툰 감독이죠?”라고 말했다가 “스스로를 비하하지 마라, 자신감을 가져라!”라고 허를 찔린 적이 있다. 아사노 씨는 젊은이들도 이 영화를 통해 분명히 힘을 얻을 거라고 말했다. 아사노 씨는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어릴 적부터 그림을 좋아해 판화가가 된 것에서 비롯되었다. 자신이 살던 지역의 영화제 일을 돕다가 후지노 토모아키 씨와 만나게 되면서 자기 손으로 영화를 만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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