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으로 공장 멈출까…"투자자들, 기업 생존 여부에 눈돌려"

기후재난으로 공장 멈출까…"투자자들, 기업 생존 여부에 눈돌려"
최근 투자자들은 기후변화 완화에서 기후 적응으로 관심사를 이동하고 있다. 지구 온도는 이미 올라갔고, 여기서 우리가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조하연 LSE 'TPI 글로벌 기후전환센터'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질문이 기후변화를 막을 방법에서 이미 변해버린 기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로 확장됐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이 과거에 탄소배출이나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기업의 장기적인 리스크를 평가했다면 이제는 폭염과 홍수 등 기후재난으로 공장이 정지하거나 작물이 죽어 공급망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기업의 단기적인 리스크 관리 능력도 본다는 뜻이다.
TPI 센터는 기업·은행·국가의 기후대응 성과와 저탄소 전환 준비도를 분석해 투자자가 활용할 수 있는 공개 데이터와 연구 결과를 제공하는 LSE 산하 연구센터다. 조 연구원은 일반적인 투자자는 단기 수익과 손실에 민감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위험과 적응 대책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TPI 센터에서도 앞으로 기후 적응 관련 연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폭염 등 극한기상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면서 영국 내에서도 실질적인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 연구원은 그동안 영국 기후변화위원회 보고서가 기후변화 위험 지역과 취약성을 제시하는 정도였지만 최근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해결책과 행동 변화 방안이 강조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 피해는 현실로 다가왔지만 기후정책 추세는 우려스럽다는 분석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정책을 후퇴시키고 관련 국제기구 지원을 삭감했다. 영국과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도 기후환경 프로그램의 자금 지원을 연기하거나 축소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내 일부 지역에서는 우파 개혁당인 '리폼 UK'를 중심으로 온실가스 순배출량 0을 달성하는 기후변화 대응 목표인 넷 제로와 기후정책을 부정적으로 보는 정치세력이 커지고 있다.
조 연구원은 과거 영국 보수당도 기후변화 완화와 넷 제로의 필요성 자체는 대체로 인정했지만 최근에는 목표를 철회하거나 기후정책 자체를 문제 삼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합의에 이르렀던 결론마저 재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3월 LSE 산하 그랜섬 기후변화·환경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잉글랜드 지방선거에서 23개 지방의회 가운데 10곳에서 리폼 UK가 과반을 차지했다. 이중 9곳을 분석한 결과 7곳이 기존 온실가스 감축 또는 탄소중립 목표를 폐기했다. 더럼·켄트·스태퍼드셔는 기존 '기후비상사태 선언'을 철회했다.
유럽의 기후 정책이 주춤하면서 오히려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기후정책 및 산업 목표가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 연구원은 아직 배출량 등을 기준으로 한 평가 지표에서는 아시아가 많이 뒤처져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시아는 전기차와 청정기술 산업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상대적으로 추진력이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폭염보다 물가와 생활비 상승이 사람들의 행동을 바꿀 실질적인 계기가 될 거라는 예측도 제시됐다. 기후재난으로 식량 생산이 줄고 운송비가 상승하면 기후변화가 추상적인 문제가 아닌 생계 문제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조 연구원은 현재의 부담을 감수해 미래세대를 위한 기후 대책에 투자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어렵다고 말했다. 기후 정책은 계속 변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은 기후변화가 계속 진행된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