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한국은행까지…세종, 금융정책 거점 구축 나선다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계획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세종시가 행정수도 기능 확장을 위한 기관 유치전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이전을 계기로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등 금융 유관기관을 집적하고, 공공정책과 미디어·문화 기관까지 유치해 도시의 정책 역량과 자족기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세종시가 유치 대상으로 삼은 기관은 40여 곳이다. 정부세종청사와의 업무 연계성을 기준으로 △공공정책 △금융·경제 △미디어·문화 등 3대 분야를 선정했다.
공공정책 분야에서는 한국재정정보원과 한국행정연구원, 한국학중앙연구원, 정부법무공단 등을 꼽았다. 금융·경제 분야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상이다. 미디어·문화 분야에서는 한국방송공사(KBS)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세종에 자리 잡은 국책연구기관 16곳에 이들 기관이 더해지면 정책 수립부터 연구·분석, 행정 집행까지 협력 체계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게 시의 구상이다. 기관별 기능을 연계해 행정수도의 정책 역량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핵심은 금융 분야다. 행정안전부의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계획에 따라 금융위(정원 340명)와 소속 금융정보분석원(FIU·80명)은 2027년 하반기 세종으로 이전한다.
금융위는 금융산업 정책과 금융시장 안정, 금융회사 제도 등을 총괄한다. 경제·산업·재정 부처가 밀집한 세종으로 이전하면 부처 간 정책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금융위 이전을 금융 유관기관 유치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관심은 후속 이전 기관에 쏠린다. 금융위와 업무 연계성이 높은 금융감독원이 대표적이다. 금융위의 금융정책·제도 수립과 금감원의 금융회사 검사·감독은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두 기관이 다른 지역에 자리 잡으면 정책 협의와 감독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 이전 효과를 높이려면 금감원 이전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은행 역시 주요 유치 대상이다.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기능을 담당하는 만큼 정부의 경제·재정정책과 통화·금융정책 간 소통을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독립성과 본점 이전에 따른 제도적·기능적 영향은 면밀히 따져야 한다.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도 유치 대상으로 거론된다. 주요 국책·시중은행이 금융당국과의 업무 협의와 정책 대응을 위해 세종에 별도 조직을 두거나 관련 인력을 상주시킬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 이전이 금융권 관련 조직의 진출로 이어지면 공공기관 중심의 집적을 넘어 금융 업무 생태계 형성도 기대할 수 있다.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이 들어설 국가상징구역 전경. 행복청 제공
그러나 실제 이전까지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기관별 법적 지위와 이전 요건부터 따져야 한다. 본점 소재지 관련 법률 문제와 서울 금융권과의 업무 연계성, 직원 정주 여건, 노사 협의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금융회사와 자본시장이 밀집한 서울 여의도의 기존 금융 생태계도 고려해야 한다.
서울의 금융 기능을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세종을 금융정책 수립과 감독, 공공금융 중심의 특화 거점으로 육성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위 이전을 계기로 관련 기관과 금융회사 정책·대관 조직까지 단계적으로 유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공정책과 미디어·문화 분야 역시 구체적인 유치 논리가 필요하다. 중앙행정기관·국책연구기관과의 업무 연계성을 입증하고, KBS 이전을 통한 미디어·문화 기능 확장과 지역 콘텐츠 생태계 조성 효과도 제시해야 한다.
관건은 실제 이전을 끌어낼 실행력과 기관 간 집적 효과다. 세종시는 후속 기관의 업무 수요를 분석해 분야별 유치 논리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관 이름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종 이전의 필요성과 실질적인 시너지를 설득해야 한다. 금융위 이전을 후속 기관 유치로 연결해 세종만의 금융·정책 거점을 구축할 수 있을지가 2차 이전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