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근육 늘리고 복부지방 줄이는 희귀 유전자 변이

3개 대륙 100만명 이상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대사질환 위험이 낮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희귀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3개 대륙 100만명 이상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대사질환 위험이 낮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희귀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근육량은 늘리고 복부지방과 혈당을 낮추는 희귀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 이 변이를 가진 사람은 제2형 당뇨병과 심장질환 등 심혈관·대사질환 위험이 일반인보다 평균 6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 리제네론 유전학센터 연구팀이 세포 대사에 관여하는 ‘FNIP1’ 유전자 변이가 심혈관·대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약 100만명의 유전체를 분석해 혈중 중성지방과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변이를 찾았다.

분석에 활용된 유전체는 아시아·유럽·아메리카 3개 대륙의 다양한 인구집단에서 확보됐다. HDL 콜레스테롤은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린다. HDL 콜레스테롤 대비 중성지방 비율이 높을수록 대사질환 위험도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중성지방·HDL 콜레스테롤 비율과 관련된 유전자 59개를 확인했다. 그 중 FNIP1 유전자에서 특정 희귀 변이가 두드러졌다. FNIP1은 세포가 영양소를 감지하고 반응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다.

사람은 부모에게서 하나씩 물려받은 FNIP1 유전자 2개를 지닌다. 두 유전자 중 하나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변이를 가진 사람은 일반인보다 대사 능력이 확연하게 높았다. 7000명 중 1명 수준으로 발견되는 이 변이를 지닌 사람들은 일반인보다 근육 비율이 높고 혈당 수치가 낮았다.

제2형 당뇨병·심근경색·뇌졸중과 일부 간질환을 포함한 심혈관·대사질환 위험도 약 60% 낮았다. 연구팀은 변이의 작동 원리를 확인하고자 인간 간세포에서 FNIP1과 관련 유전자들의 활동을 억제했다. 그 결과 지방을 분해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 발현이 증가했다.

생쥐에서 동일한 유전자들의 기능을 낮추자 대사질환 발병을 막는 효과가 나타났다. 사다프 파루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사·의학 교수는 "FNIP1은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는 일종의 '대사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인류가 오랫동안 열량이 부족한 환경에서 살았던 만큼 에너지를 아껴 저장하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열량이 풍부한 현대에서는 이 기능이 오히려 비만과 대사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연구팀은 FNIP1 변이의 효과를 재현한 치료제 개발 가능성에 주목했다. 다만 FNIP1 유전자 두 개 기능이 모두 손상되면 심각한 심장 질환과 면역 기능 이상이 발생할 수 있어 위험하다.

루카 로타 리제네론 유전학센터 부회장은 "간세포만 선택적으로 표적으로 삼아 치료하는 전략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리 노스 미국 텍사스대 국경보건연구센터장은 "다양한 인구집단을 조사했기 때문에 백인 미국인만 살폈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변이를 찾아낼 수 있었다"라며 "전세계 수많은 사람에게 유용할 수 있는 원리를 찾아낸 연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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