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년 차 연구원은 왜 해고됐을까?

정부와 수사기관이 농협중앙회의 위법적 행태를 조사하는 가운데 농협중앙회 산하 연구원에서 근무하던 1년 차 연구원의 재계약이 해지됐다. 이에 대해 보복성 징계일까, 합리적인 계약 종료일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준호(가명)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3월 농협중앙회 산하 농협미래전략연구소에 입사했고, 올해 2월 ‘재계약 불가 통지서’를 받았다. 이유는 ‘연구 실적 부족’이었다. 그는 1년마다 고용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기간제 연구원이었다. 같은 업무를 하는 연구원 대다수가 계약을 연장하며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준호씨 역시 성실히 일하면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이준호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영농형 태양광 연구를 본격 시작했고, 그해 8월경 요약 보고서를 완성했다. 12월에는 최종 전략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내부 승인까지 거쳤다. 그는 농업 매체에 중국 농업 관련 이슈를 연재했고, 올해 2월에는 농협미래전략연구소가 주관한 ‘미래농업포럼’에서 영농형 태양광과 햇빛소득을 주제로 한 포럼의 발제를 맡기도 했다.
미래농업포럼 이틀 뒤, 이씨는 ‘근무성적평정 점수 미달’이라는 사유로 회사로부터 재계약 해지 통보서를 받았다. 농협중앙회의 ‘계약직 직원 운용준칙’에 따르면 근무성적평정 평균 점수가 70점 미만인 계약직 직원에 대해 회사는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수 있다. 연구소는 1년에 두 차례 계약직 직원에 대한 근무 성적을 평가하는데, 그 기준과 결과는 당사자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이준호씨는 입사 당시 6개월마다 근무 성적을 평가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농협미래전략연구소 측은 ‘인사 규정’에 따라 계약직은 물론 정규직 직원에 대한 근무성적평정 결과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농협전문직협의회 고문변호사인 곽예람 변호사는 “정규직 대상 규정을 이유로, 기간제 직원에게도 그 조항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라고 말했다.
이준호씨는 연구소 내부를 향해 ‘호소문’을 썼다. 호소문에는 그간 자신이 해온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이제 막 돌이 지난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가장으로서 농협의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다짐, 그리고 “사회 초년생으로서 부족했던 점이 있다면 고치겠다” “한 번 더 기회를 달라”는 부탁이 담겼다. 그리고 며칠 후, 연구소의 ‘연구원 일동’ 명의의 ‘탄원서’가 회사 임원진에게 전달됐다.
김유경 노무사(노무법인 돌꽃)는 연구소 연구원 일동이 ‘타의 모범이 되는 직원’의 재계약 해지 사유를 부당하게 보고 탄원서에 동참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회사가 합리적인 사유로 이준호씨의 재계약을 종료했다고 보기 어려운 근거가 될 수 있다. 계약 종료에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는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볼 때, 함께 일한 동료들의 우호적 판단이 회사 측의 주장을 반박할 ‘가치 있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김 노무사의 판단이다.
농협미래전략연구소 측은 이 사건은 단순한 계약 종료 사건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구소 측이 이준호씨에게 보낸 재계약 불가 통지서에는 ‘1년간 연구 1건 진행 중’이어서 연구 실적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이준호씨는 12월에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 방안과 농협의 방향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완성했고 내부 감수를 거쳐 연구소장의 결재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1건 진행 중’이라고 기재해 1건도 완성하지 못한 것처럼 표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소 측은 “(이준호씨) 본인이 제일 잘 알 것이다. 보고서를 완성한다고 할 때는 기준이 있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은 것이다”라며, ‘보고서의 품질 문제’임을 지적했다. 보고서의 완성도가 떨어져서 ‘보고서 1건 완성’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해당 보고서는 연구소 일부에게만 전달되는 내부 보고서로, 소속 연구원들도 서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시사IN은 전종덕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이준호씨의 연구보고서를 외부 전문가에게 보여주고 이에 대한 평가를 의뢰했다. 문한필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보고서의 내용·구성·조사 방법·제안 등이 적절하게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감수와 발행·편집 등을 연구소 내부 인력이 절차대로 진행했는데 해당 보고서의 품질이 매우 낮다고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 사건은 3월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도 언급됐다. 전체회의에서 전종덕 의원은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에게 이렇게 물었다. “최근에 정부합동 종합감사에서 한 연구위원이 농협에 불리한 진술을 했다는 이유로 경력이 가장 낮은 연구원을 계약만료 해고했다. 그래서 동료 연구원들이 전원 탄원서를 받아서 (연구소에) 제출했다. 본보기식으로 연구원을 길들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농협미래전략연구소 측은 정부의 합동조사 조사관이 연구원들을 면담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준호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