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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춤 춰서…부산 '인디 성지' 영업정지 논란에 "법 개정" 청원

부산 남구 대연동의 라이브 클럽 ‘오방가르드’에서 공연 중인 밴드. 국제신문 DB
부산 남구 대연동의 라이브 클럽 ‘오방가르드’에서 공연 중인 밴드. 국제신문 DB

남구, '부산 인디 성지' 오방가르드 영업정지 예정

22일 공연 끝으로 향후 일정 중단, 재개 미정

인디팬 청원 "소규모 공연장에 맞는 업종 신설을"

부산 남구 대연동의 라이브 클럽 ‘오방가르드’에서 공연 중인 밴드. 국제신문 DB

부산의 대표적인 인디 음악 공연장 중 하나인 남구 대연동 라이브 클럽 ‘오방가르드’가 관객에게 춤을 허용했다는 이유로 두 달간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 불법 클럽이나 감성주점을 막고자 생긴 규제가 지역 독립문화의 산실인 소규모 공연장에도 똑같이 적용된 영향으로, 지역 음악계는 현실에 맞게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인다.

22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남구는 오방가르드에 식품위생법 위반에 따른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사전 통지했다. 남구는 조만간 오방가르드 측 의견을 접수한 뒤 실제 처분에 들어간다. ‘음식점에서 춤을 허용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된 영향이다.

이곳을 비롯한 라이브 클럽 대부분은 일반음식점 형태로 운영되는데, 현행 식품위생법 시행령상 일반음식점 영업자가 음향시설을 갖추고 손님에게 춤을 허용하는 행위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공연은 가능하지만, 춤을 춰서는 안 되는 구조인 셈이다.

남구는 지난 7일 공연 현장을 확인했다. 당시 무대에서는 밴드가 음향기기를 갖추고 공연 중이었다. 테이블과 의자는 주변으로 옮겨져 관객들이 선 채로 공연을 관람하며 춤을 추고 있었다. 당시 오방가르드 측은 공연 성격에 맞춰 실내 공간 배치를 기존과 달리 한 상태였다.

이런 사정에 오방가르드는 22일 예정된 공연을 끝으로 공연을 잠정 중단한다. 영업정지 기간 이후 예정됐던 공연은 취소하거나 다른 공연장으로 옮겼다. 대관료 반환과 위약금 등 금전적인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 처분 이후 영업을 재개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인디 팬들 분노 “공간 특성 고려 없이 규제”

오방가르드는 2018년 5월 개관한 뒤 주말마다 기획공연을 이어왔다. 세이수미·보수동쿨러·소음발광·미역수염·해서웨이 등이 오방가르드와 밀접하게 호흡해 온 대표적 부산 밴드다. 신인 발굴 프로그램인 ‘루키즈 온 더 블록’, 부산과 서울의 교류 공연인 ‘오방가는 서울나들이’, 지역·해외 밴드의 부산 공연 등도 자체적으로 기획해 왔다. 신인이 첫 무대를 밟고, 성장한 팀이 신보 쇼케이스나 단독공연을 여는 일종의 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데 일조했다.

서울 중심으로 형성된 인디 공연 유통망을 부산까지 연결하는 역할도 맡았다. 서울 채널1969, 대구 제임스레코드 등 다른 지역 공간과 교류했고, 국내외 투어팀에는 사실상 부산 공연의 관문처럼 여겨졌다.

오방가르드의 영업정지 소식이 알려지자 인디 음악 팬들은 ‘실정에 맞지 않는 규정이 소규모 공연장 문화를 사장시킨다’며 반발했다. 유흥주점이나 감성주점을 타깃으로 생긴 규제가 지역 독립문화 공간을 옥죄고 있다는 취지다.

실제 지난 19일에는 ‘소규모 라이브 클럽의 공연 활동 보장을 위한 공연법·식품위생법 관련 법령 및 제도 개선 촉구’라는 제목의 국회전자청원도 올라왔다. 해당 청원에는 ▷소규모 공연장과 라이브 클럽을 위한 별도 업종이나 기준 마련 ▷통상적인 공연 관람 행위와 유흥 행위의 명확한 구분 등의 요구가 담겼다.

일반음식점에서 춤을 춰선 안 된다는 규정은 2015년 생겼다. 업종 간 구분과 탈법적인 유흥영업 방지가 목적이었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뒤 사실상 클럽처럼 운영하는 감성주점을 규제하고자 춤 금지 시행규칙을 만들었다. 유흥주점은 손님의 춤을 허용할 수 있는 대신 일반음식점보다 허가·안전 기준이 까다롭고 개별소비세 등의 부담도 세다.

2019년 광주에서 춤 허용 일반음식점의 불법 구조물이 붕괴해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뒤에는 2020년 1차 처분이 영업정지 1개월에서 2개월로 강화되고 과징금 대체도 제한됐다.

▮“라이브 클럽 위한 별도 업종 필요”

예외적으로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해 안전기준과 허용시간을 정하면 별도 스테이지가 없더라도 객석에서 춤을 출 수 있다. 부산에서는 부산진구가 관련 조례를 두고 있다. 다만 이번 사례처럼 테이블과 의자를 옮겨 별도의 빈 공간을 만들면 ‘객석에서 추는 춤’이라는 요건에 어긋난다.

이런 사정에 해마다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실정이다. 부산에선 2019년 남구 대연동 라이브 클럽 ‘15피트언더’가 같은 이유로 한 달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당시에도 지역 문화계에서 라이브 클럽을 감성주점과 똑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7년 만에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됐다.

오방가르드와 같은 소규모 공연장은 입장권 판매 수익만으로 시설을 유지하기 어렵다. 간단한 음식과 주류를 판매해야만 운영을 지속할 수 있다. 이런 사정에 업종을 ‘공연장’ 대신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잦다. 현행법상 공연장은 음식·주류 판매에 제약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오방가르드 역시 39평 남짓한 작은 공간으로, 입장료에 주류·음식 판매 수익을 더해 임대료 등 운영 비용을 마련해 왔다.

해외에서는 춤 자체를 음식점 업종 위반으로 일률적으로 규제하기보다 영업시간과 주류 판매, 수용인원, 소방·피난 기준을 중심으로 관리한다. 일본은 2016년 법을 개정해 춤 자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자정 이후 술과 함께 춤 등 유흥을 제공하는 영업을 별도의 허가 대상으로 관리한다. 영국은 주류 판매가 허가된 장소에서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관객 500명 이하의 라이브·녹음 음악 공연은 원칙적으로 별도의 공연허가 없이 가능하다.

오방가르드 관계자는 “소규모 공간은 공연 입장료만으로 임대료와 운영비를 충당하기 어렵고, 음료와 주류 판매를 포기한 채 공연장으로 전환하는 것도 현실적인 해법이 아니다”며 “안전 기준을 제대로 지키면서 음식과 음료도 판매할 수 있는 ‘라이브 클럽’이나 ‘소규모 라이브 공간’ 같은 별도 업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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