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 또 파행… 이진숙, '5·18 토론회' 사과 요구 거부

19일 과방위 전체회의, 업무·결산보고 상정도 못하고 산회
약 3주 만에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또 파행 끝에 산회했다. 19일 업무보고와 결산보고를 위해 참석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정부위원들은 입도 한 번 못 떼어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진숙 의원 과방위 보임 후 두 번의 회의 모두 파행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정회된 후 송기헌 위원장에게 발언하며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과방위 전체회의는 22대 국회 후반기 들어 세 번째 열린 것이었다. 앞서 7월6일 열린 1차 전체회의에선 국민의힘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여당 간사로 선임하는 안건만 처리됐다.
이어 7월30일 야당 간사 선임을 안건으로 두 번째 전체회의가 열렸지만, 이날 처음 회의에 참석한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의 자격 시비 논란 끝에 1시간20여분 만에 정회됐고, 이후 다시 열리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이진숙 의원이 방송통신위원장 재임 시절 이뤄진 의사결정 등과 관련해 송사 등이 진행 중인 점을 지적하며 이해충돌 문제가 있으니 과방위원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의원은 과방위원으로서 자격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19일 회의가 또 파행에 이른 이유 역시 이진숙 의원에게서 비롯됐다. 이 의원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새역사국민운동과 공동 주최한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포럼으로 정치권이 발칵 뒤집힌 뒤 처음 열린 회의였기 때문이다. 이날 포럼에선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폄훼하는 발언들이 나왔고, 이후 민주당과 시민사회는 물론이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 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14일 이진숙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을 의원 161명의 서명으로 발의한 민주당 등은 이날 과방위 전체회의가 시작하자마자 이진숙 의원의 사과와 의원직 사퇴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
“역사 부정 세력을 표현의 자유 수호자로 둔갑시키는 파렴치”
이정헌 민주당 의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정헌 의원은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터무니없는 포럼에 국회 이름을 빌려주며 5·18 희생자와 유가족, 광주 시민과 우리 국민을 모욕한 이진숙 의원이 이 자리에 앉아서 회의와 결산심사에 참여하겠다고 한다”며 “즉각 퇴장시켜 줄 것을 위원장에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진숙 의원을 향해 “즉각 사퇴하고 극우 유튜버에 출연해 보수 여전사 역할이나 하라”고 말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도 “이진숙 의원은 포럼 개최에 대해 사과는커녕 이튿날 기자회견을 통해 ‘5·18민주화운동을 두고 더 이상 토론이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면 5·18은 성역을 넘어 이미 신화가 된 것’이라는 망언까지 보탰다”며 “역사 왜곡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금기와 강요로 왜곡하고 역사 부정 세력을 표현의 자유 수호자로 둔갑시키는 파렴치한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공개포럼에서 인사말을 마치고 웃으며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송기헌 과방위원장의 진행으로 소위원회 구성과 야당 간사 선임까지 의결된 뒤에도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는 계속 이어졌다. 여당 간사인 한준호 의원은 이진숙 의원에게는 최소한 사과라도 할 것을, 국민의힘에는 이 의원의 사보임을 진지하게 고민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송기헌 위원장이 여야 간사끼리 협의하라며 30분간 정회 후 다시 회의를 속개했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진숙 의원은 여전히 자리를 지켰고,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당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이 의원이 포럼에서 5·18에 관해 허위정보를 직접 발언한 사실이 없다고 감쌌다.
이진숙 “과방위 파행 책임? ‘집단 폭력’ 민주당에 있어”
이진숙 의원 본인도 “5·18이라고 해서 100% 꼭 같은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해당 포럼은) 학술 토론회였고, 참석해서 발표하고 토론한 분들은 각자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서 각자 연구한 결과를 발표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토론회를 열었다는 것 자체로 시비를 건다면 성역화시키는 것이고 성역화가 존재하면 많은 금기가 생긴다. 왜 우리가 5·18에 대해 토론하지 못하냐”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정상적인 의사 진행을 위해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을 해달라는 송기헌 위원장의 요청에 대해서도 “학술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 이번 과방위를 파행에 이르게 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의 사퇴 요구 등에 대해 “집단 폭력”이라며 “민주당에 (파행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같은 MBC 출신인 한준호 의원은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15년씩이나 보고 지냈던 분인데”라고 말문을 열며 “당내에서도 (토론회를) 하지 말라고 했다 하고, 당원들도 비판하는데, 그러면 적어도 상임위장 와서 첫 일성은 ‘송구하다, 의도와 다르다’ 정도까지는 얘기를 해야 다른 의원들도 일부 받아들일 준비가 되는데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역시 MBC 출신으로 앞선 회의에서 민주당의 이진숙 의원에 대한 공세에 맞섰던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발언하지 않았다. 같은 당 박정하 의원도 말이 없었다. 과방위 소속으로 국민의힘 최다선인 조경태 의원은 앞서 이진숙 의원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두 차례 정회 끝 산회…“허위조작정보 대응은 과방위 임무”
배경훈(가운데)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송기헌 위원장은 이 의원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을 거듭 요구하며 35분 만에 다시 정회를 선언했고, 점심 식사 후인 오후 2시3분 회의를 속개했지만, 이 의원과 국민의힘 입장이 달라지지 않자 4분 만에 그대로 산회를 선포했다. 송 위원장은 “과방위 회의를 앞둔 13일에 포럼을 개최해 오늘 회의가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할 거란 건 예견돼 있었다”면서 “오전 정회 전에 (이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이석을 요청했으나 입장에 변화가 없고 양당 간사 간 협의도 안 되어 회의 진행은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과방위는 허위조작정보와 혐오표현에 대한 제재를 담당하는 주무 상임위이기에 더더욱 이 부분이 정확히 정리되고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사안을 짚고 넘어가는 게 제 역할을 다하는 상임위로서 최소한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날 안건으로 예정됐던 과기정통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의 업무보고 및 결산보고, 2025년도 KBS와 EBS 결산 승인안 등은 상정도 되지 못했다. 다음 전체회의는 31일로 예정돼 있으나 이진숙 의원을 둘러싼 상임위 갈등과 논란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