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찰만 수사하는데 구속기간 6개월 그대로?…법조계 연장 vs 신중

구속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구속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형소법 개정에 심리 장기화 전망…선고 전 구속만료 석방 늘 듯

'증거인멸·도주 방지' 연장 목소리…"무죄추정·방어권 침해" 반박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김빛나 기자 = 검찰 수사권을 전면 폐지한 개정 형사소송법이 지난 2일 시행되면서 현행 '최대 6개월'인 피고인 구속 기간을 그대로 둬도 되는지에 대한 논의도 불붙고 있다.

수사·기소와 관련한 쟁점을 꼼꼼히 따지느라 재판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장 구속기간이 바뀌지 않으면 재판 중 석방되는 피고인이 급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증거 인멸 등을 막기 위해 구속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과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온다.

5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형사 사건 피고인의 구속기간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법조계 일각의 의견이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피고인 구속기간은 원칙적으로 심급별 6개월까지로 제한된다.

재판 중 구속기간이 만료되면 피고인은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남은 재판을 치른다.

이에 현직 판사들 사이에선 증거 인멸이나 증인 회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구속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전부터 나왔다.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이 2023년 2월 발간한 '법원의 구속기간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법관 770명 중 723명(93.9%)이 현행 구속기간을 제한적으로나마 연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111명(14.4%)은 구속기한 제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경우 재판 단계에서 구속기간 제한이 없고, 영국·프랑스·독일은 재판부의 보석심사 등을 통해서만 피고인을 석방할 뿐 역시 구속기간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 법원에선 구속기간 제한 제도 때문에 사법 지원이 구속 사건에 집중돼 불구속사건의 평균 처리기간이 현저히 늘어났다고도 지적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한 고법 판사는 "법원에선 구속기간을 연장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원래부터 있었는데 더욱 강해질 수 있다"며 "쟁점이 복잡한 사건은 판사가 숙고할 절대적 시간이 필요한데, 핵심 피고인이 석방되면 재판부도 조급해지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권나원 법무법인 삼현 변호사는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없어지면 수사와 기소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적잖을 테니 재판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며 "앞으로 경제범죄 등 쟁점이나 법리가 복잡한 사건에선 (현행) 구속기간 안에 재판을 끝내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재판 현실을 고려하면 구속 기한을 적어도 1년까지로 연장하되, 보석 사유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한 것 같다"고 제안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지난 7월 31일 국회에 비슷한 취지의 의견을 냈다.

법원행정처는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번 법 개정으로 법정에서의 증거조사와 심리가 한층 충실하게 이뤄질 경우 심리에 소요되는 기간이 늘어날 수 있는데, 현행 구속기간 제도 하에서는 충실한 심리 요청 및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조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구속기간의 합리적 조정이나 조건부 구속·석방제도 도입 등 인신구속 제도의 개선은 이런 관점에서 입법적으로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반면 인신 구속은 피고인의 방어권과 직접 관련되는 만큼 구속기간을 제도적으로 연장하는 데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반박도 나온다.

형사 피고인은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한다는 헌법상 원칙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불구속 재판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구속 피고인을 풀어주되 전자발찌 등 장치를 부착해 관리·감독하는 '전자보석' 제도가 이미 도입됐기 때문에 피고인이 석방된다고 증거 인멸 우려가 커진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재판 심리가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구속기간 제한을 없애는 것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서 적절치 않다"며 "보석 등 법관 석방 제도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구속 연장으로 해결해선 안 된다고 본다"고 했다.

구속기간 연장을 논하기 전 재판 기간을 단축할 방안을 검토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재판부의 사건관리 방식 때문에 심리가 늦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피고인에게 불리한 구속기간 연장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최승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현재 형사재판이 현행법이 예정한 집중심리 원칙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며 "재판 실무를 보면 사회적 이목이 쏠린 일부 사건과 달리 일반 형사사건에선 공판 사이가 한두 달 또는 그 이상 벌어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판 장기화가 어느 정도까지 불가피한 심리 기간의 증가고, 어느 정도까지 절차 운영을 개선해 줄일 수 있는 지연인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교정시설 상황을 고려하면 구속기간 연장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 판사는 "구속기간이 늘어나면 구치소 수용 인원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미 국내 구치소·교도소가 과밀 상태다"며 "이쪽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선 구속기간이 연장돼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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