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경영은 나중, 지분부터 확보…LF 장남에게 쏠린 눈

구성모 코람코자산운용 R&S팀장이 일하는 코람코자산운용의 모회사 코람코자산신탁 사옥. 뉴스1
구성모 코람코자산운용 R&S팀장이 일하는 코람코자산운용의 모회사 코람코자산신탁 사옥. 뉴스1

[재계 ‘영 리더’ 탐구] 자회사 통해 LF 2대 주주 올라선 구성모 코람코자산운용 R&S팀장

● LG 재무통이던 아버지 뒤이어 금융·투자 경력 쌓아

● LF서 1년 일하고 “공부 더 하겠다” 미국행

● 귀국 후 LF 손자회사 코람코자산운용 투자 업무 담당

● 성과 질의엔 “현 단계에서 성과 평가 어렵다”

● LF디엔엘 통해 LF 지분 장내 매수, 2대 주주 등극

● 지분 매수 자금 출처 불투명…아버지 대여금 186억 용처는?

구성모 코람코자산운용 R&S팀장이 일하는 코람코자산운용의 모회사 코람코자산신탁 사옥. 뉴스1

패션기업 오너의 아들이 금융회사에서 경력을 쌓고 있다. 구본걸 LF 회장(69)의 장남 구성모(33) 코람코자산운용 R&S팀장 이야기다. 코람코자산운용은 LF가 인수한 코람코자산신탁의 자회사로,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다. 구 팀장이 맡은 조직은 옷을 만들고 브랜드를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 기업과 산업을 분석해 투자 판단을 지원하는 곳이다. 그것도 LF 본사가 아닌 손자회사의 팀장 자리다.

그렇다고 구 팀장이 승계 구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사실상 LF의 2대 주주다. 정확히는 그가 지분 91.58%를 보유한 조경 회사 LF디앤엘이 LF 지분 14.13%를 갖고 있다. LF 최대주주는 구본걸 회장(19.11%)이다.

재계의 일반적인 승계 방식과는 다른 양상이다. 승계를 앞둔 재계 후계자는 보통 그룹 핵심 계열사의 임원으로 경영을 맡은 뒤 지주회사나 핵심 회사의 지분을 모은다. 구 팀장은 정반대로 지분부터 확보했다. 아직 등기임원에 오른 적이 없어 얼굴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개인 SNS에서도 경력란은 빼곡히 채워져 있지만 사진 자리는 텅 비어 있을 정도다. 베일에 싸인 LF 후계자 구 팀장은 어떤 인물일까.

아버지 뒤를 잇는 재무·금융 전문가 행보

구 팀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 구본걸 회장으로 이어지는 범(汎)LG가의 4세다. 범LG가에서 LF 일가로 범위를 좁히면 구 팀장은 LF 2세라고 볼 수 있다. LF는 과거 LG상사에서 하나의 사업부에 불과했으나 2004년 구 회장이 LG상사 패션·어패럴부문장을 맡고 이듬해인 2006년 LG상사 패션 부문을 인적분할하며 ‘LG패션’이라는 사명으로 독립했다. 2007년에는 LG그룹과도 계열 분리했고, 이후 2014년 LF로 사명을 바꿨다. 브랜드로는 해지스(hazzys)와 닥스(daks)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패션외에도 금융, 요식업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구 회장은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첫째가 장녀 구민정(37) 씨고 둘째가 구 팀장이다. 재계에서는 구 팀장이 LF를 물려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구 팀장은 개인 명의로도 남매 중 가장 많은 LF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나인 구민정 씨가 LF 지분 1.33%를 가지고 있고, 구 팀장이 2.06%를 가지고 있다. 구 팀장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LF디앤엘이 가진 LF 지분까지 합산하면 실제 지분율만 16.19%에 달한다.

구 팀장은 국내외 재계 인맥도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미국 뉴햄프셔주 콩코드에 위치한 기숙학교 ‘세인트폴 보딩스쿨(기숙학교)’를 졸업했다. 이곳은 ‘미국의 신문왕’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 존 케리 미국 전 국무장관을 배출한 명문이다.

국내 재계 인사들도 이 학교 출신이 많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회장이 이 학교 출신이다. 이외에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물론 최 회장과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다투고 있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자녀들도 이 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에서 다른 명문 보딩스쿨을 졸업한 사업가 A(37) 씨는 “세인트폴은 미국 보딩스쿨 중에서도 학비가 비싼 곳”이라며 “미국에서도 상류층 자제들이 모이는 학교”라고 설명했다.

구 팀장이 코람코자산운용에 자리를 잡자 일각에서는 LF의 중심이 패션에서 금융으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뒤따랐다. 하지만 구 팀장의 전공과 이력을 보면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구 팀장은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 미국 투자은행 라자드의 한국 자회사 라자드코리아 등 금융권에서 경력을 쌓았다. 코람코자산운용 관계자는 “구 팀장이 삼일회계법인과 라자드에서 기업분석, 인수합병(M&A), 투자 검토 업무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아버지인 구 회장도 재무 및 투자 업무로 LG그룹에서 일하기 시작했다”며 “구 팀장도 아버지의 전철을 밟아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것일 뿐 추후 LF에서 중책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구 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이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 미국에서 공인회계사로 일했다. 1990년에는 LG증권(현 우리투자증권) 재무팀에 입사해 부장과 이사를 거쳐 LG그룹 기업투자팀장(상무)을 맡으며 LG그룹 내 재무통으로 거듭났다.

구 회장은 LF를 경영하면서도 재무 및 금융 업무의 중요성을 강조한 적 있다. 2010년 9월 기자간담회에서 구 회장은 경영자로서 자신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LG그룹의) 여러 계열사에서 다양한 재무와 투자 업무 경험을 해 시야의 폭이 넓다”고 말했다.

LF에서 일하다 경영 공부 위해 미국행

구 팀장이 LF에서 일한 전력이 있다는 점도 그가 가장 유력한 후계자라는 분석에 힘을 더한다. 2023년 9월부터 약 1년간 LF 신규투자팀 매니저로 일했다. 회사에 자리를 잡는가 했지만 2024년 8월 퇴사 후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코넬대에서 MBA 과정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6월 코람코자산운용 선임 매니저로 입사, 올해 8월에는 MBA를 마친 뒤 팀장직을 맡게 됐다.

글로벌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 팀장이) 아버지인 구 회장처럼 경제·경영 분야에 학구열이 있는 편이라 유학길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코람코자산운용으로 간 이유도 직접 공부한 분야를 적용해 보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람코자산운용 측 설명에 따르면 구 팀장은 기업분석, 신규 투자 기회 발굴, 투자 관련 정보 분석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신동아’는 코람코자산운용 측에 구 팀장의 사내 성과에 대해 질의했으나 “(구 팀장이) 특정 자산을 매입하거나 매각하는 업무를 주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입사한 지 몇 달 되지 않은 시점이라 현 단계에서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편 구 팀장의 전임자가 구 팀장 입사 2개월 전에 갑자기 퇴사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를 두고 구 팀장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전임자를 내보낸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이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10년 차 금융업계 관계자는 “(구 팀장의 전임자는) 급여가 더 높은 회사로 이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계 특성상 분석·투자 결정을 맡은 직원은 이직이 잦은 편이라 증권가에서는 갑작스러운 퇴사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코람코자산운용 측은 “(구 팀장 채용은) 조직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진행된 인력 충원의 일환”이라며 “구 팀장의 연봉과 성과급, 인사 평가, 업무상 책임은 관련 규정에 따라 동일 직급자들과 똑같이 처리된다”고 밝혔다. 오너 일가라고 해서 특별대우는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구 팀장의 코람코자산운용행이 경영승계와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구 팀장은) 현재 맡은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며 “(경영승계와 관해서는) 코람코자산운용이 확인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LF 측에서도 “(구 팀장의) 승계에 관해서는 알고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조경 회사로 모아온 LF 지분, 구입 자금 출처는?

아버지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 외에도 구 팀장의 승계를 확실시하는 다른 축은 앞서 언급했던 LF의 지분이다. 구 팀장이 지분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LF디앤엘은 2022년 7월 LF네트웍스에서 인적분할해 독립한 조경 회사다. 독립 당시 이름은 고려조경이었으나, 2022년 10월 사명을 ‘고려디앤엘’로 고치고 지난해 다시 이름을 LF디앤엘로 바꿨다.

LF디앤엘이 독립하기 전 LF네트웍스는 과거 LF 오너 일가가 지분을 나눠 가진 가족회사로 사실상 LF의 지주회사 역할을 했던 곳이다. 특이한 점은 인적분할하며 LF네트웍스가 보유하던 LF의 주식 180만6000주(당시 기준 지분율 6.18%)를 전부 LF디앤엘이 가져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LF네트웍스는 LF 주요 주주 명부에서 이름이 빠지게 됐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통상 인적분할로 독립하게 되면 정해진 비율에 따라 주요 회사 주식을 나눠 갖게 되는데 조경업체에 LF의 주식을 몰아준 것은 이례적”이라 설명했다.

구 팀장은 LF디앤엘의 독립 이후 증여와 지분 매입 등을 통해 LF디앤엘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LF디앤앨은 꾸준한 장내 매수로 LF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사들여 지분율을 높였다. LF 지분을 사들인 자금의 출처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한 해만 LF디앤엘은 LF 주식 약 17만 주를 사들였다. 지난해 LF의 주가가 가장 낮았던 4월 LF는 주당 약 1만5000원에 거래됐다. 이 금액을 주식을 사들였다 해도 25억 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

이는 LF디앤앨이 지난해 벌어들인 금액보다 큰돈이다. DART 전자공시에 따르면 LF디앤앨의 지난해 당기 순이익은 약 24억1873만 원, 2024년의 경우 8억3571만 원이다. 조경업계 관계자는 “조경 회사는 공사 수주에 따라 버는 돈의 변동이 큰 편이라 돈을 벌면 이를 전부 투자하기보다는 유보금으로 쌓아두는 경우가 많다”며 “버는 돈의 대부분을 주식거래 등 투자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즉 LF디앤엘이 버는 돈만으로는 LF의 지분을 모으기 힘든 구조다.

구성모의 LF디앤엘 지분 확보와 LF디앤엘의 LF 주식 매입 과정에서는 두 가지 자금거래가 눈에 띈다. 일단 구 팀장이 LF네트웍스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 2021년 12월까지만 해도 구 팀장은 LF네트웍스의 지분 7.34%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2022년 12월에는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LF네트웍스는 2022년 10월 3만5062주를 유상소각 방식으로 감자했는데 이 과정에서 구 팀장이 보유한 주식을 매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자금 거래는 구 회장이 LF디앤엘에 빌려준 대여금이다. LF디앤엘 2025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구 회장이 LF디앤엘에 빌려준 금액은 186억 원으로, 이자율은 연 4.6%이다. 감사보고서에는 단기차입금으로 기록돼 있으나 개별 만기일 및 연장 여부는 적혀 있지 않았다.

이 같은 자금 조달 구조를 두고 부친의 자금 지원이 구 팀장의 LF 지배력 확대를 뒷받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LF는 “모든 절차가 관련법을 준수해 진행됐고 투명하게 공시됐다”고 설명했다. 구 회장 차입금의 구체적인 용도와 상환 조건 등에 대해서는 “LF디앤엘은 LF와 독립된 법인으로 공시 내용 외에 확인해 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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