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기장은 왜 자꾸만 혐오의 무대가 되는가 [평범한 이웃, 유럽]

2023년 5월21일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왼쪽)가 인종차별 발언을 듣고 관중석에 항의하고 있다. ©AP Photo
2023년 5월21일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왼쪽)가 인종차별 발언을 듣고 관중석에 항의하고 있다. ©AP Photo

축구장은 혐오의 출발점이라기보다 종착점이다. 킬리안 음바페나 라민 야말 같은 최고의 선수들마저 혐오 대상이 된다면 축구장 밖은 어떤 상황일까.

2023년 5월21일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인종차별 발언을 듣고 관중석에 항의했다. 48개국이 참가한 2026 북중미 월드컵의 공식 슬로건은 ‘WE ARE 26’이다. 하지만 대회가 진행되며 혐오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주목을 받은 사건은 프랑스 대표팀 주장인 킬리안 음바페에 대한 파라과이 상원의원 셀레스트 아마리야의 폭언이다. 아마리야 의원은 음바페를 가리켜 “프랑스인인 척 애쓰는 식민지 카메룬인” “모유 대신 코코넛을 빨고 자랐고 침팬지 소리가 그가 받은 교육이었다”라는 극단적인 차별 언사를 쏟아냈다.

축구 경기에서 흑인 선수를 향한 인종차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실력이 좋고 성격이 튈수록 더 쉽게 차별 대상이 된다. 브라질 선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대표적이다. 2023년 5월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발렌시아 CF와의 경기 중 일부 관중이 그에게 욕설을 외치며 원숭이 소리를 흉내 냈다.

스포츠에서 발생하는 인종차별은 특수한 면이 있다. 스포츠의 본질적 특성에 반드시 포함되는 경쟁이라는 요소 때문이다. 이기기 위해 인종에 관계없이 우수한 선수를 천문학적 돈을 주고 영입하는 일, 그래서 흑인 선수가 백인 팬의 우상이 되는 일은 흔하다.

2021년 7월11일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20 결승전도 그랬다. 잉글랜드가 승부차기 끝에 이탈리아에 패하자 팬들의 원성은 팀의 흑인 선수들에게 집중됐다. 승부차기에 나선 선수 다섯 명 중 백인인 해리 케인과 제이컵 매과이어는 성공했지만 흑인인 부카요 사카, 마커스 래시퍼드, 제이던 산초가 잇따라 실축을 했기 때문이다.

피부색만이 아니다. 이주 배경을 빌미로 이뤄지는 차별도 비슷한 구조를 갖는다. 당대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명이었던 메수트 외질은 1988년 독일에서 튀르키예계 이민 가정의 3세대로 태어났다. 독일과 튀르키예 이중국적이지만 독일 국가대표팀에서 뛰었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의 우승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다른’ 것에 대한 의심쩍은 시선은 출중한 실력 앞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2년 전 이 지면에 유로 2024에 대한 글을 쓰며 당시 떠오르는 별이던 스페인 선수 라민 야말에 대해 소개했다. 모로코 출신 아버지, 적도 기니 출신 어머니를 둔 야말은 이후로도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그의 이주 배경에 대한 낙인은 지워지지 않았다.

스포츠 경기에서 혐오 발언이 이슈가 될 때마다 등장하는 주장 중 하나는 그것을 표현의 자유로 보고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개인이나 단체가 자신의 견해, 사상, 정보를 검열이나 제약 없이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핵심 기본권이다.

라민 야말은 소속 팀 FC 바르셀로나가 2026년 라리가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축하 행사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흔들었다. 그는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팔레스타인 주민과 연대한다는 의견을 꾸준히 밝혀왔다.

이와 비교해볼 만한 사건이 있다. 2018년 5월, 이스라엘 축구협회는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이스라엘과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친선경기를 신청했다. 국제축구연맹이 이를 승인하고 예루살렘으로 경기 장소가 정해지자 지브릴 라주브 팔레스타인 축구협회 회장은 이에 격렬히 항의했다.

FIFA 징계위원회는 2018년 8월 라주브 회장이 징계 규정 제53조(증오 및 폭력 선동)를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자격정지 1년과 벌금 2만 스위스프랑을 선고했다. 라주브 회장은 스포츠 중재재판소에 항소를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표현의 자유는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지만, 스포츠계에 만연한 혐오 앞에서는 때로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1970~1980년대 영국 훌리건들이 저지른 것과 같은 물리적 폭력 사태는 줄었으나 언어폭력, 특히 디지털 공간에서 언어폭력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2026 월드컵 기간 소셜미디어상의 혐오 발언을 감시하는 FIFA의 발표에 따르면 온라인 게시물과 댓글 8만9000여 건이 부적절한 인종차별 내용으로 확인돼 숨김 및 삭제 조치되었다. 2022년 월드컵과 비교해 13배 증가한 수치다. 혐오는 토양을 가리지 않고 자란다. 그 토양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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