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 D-10…준비도 수장도 없는 '깜깜이' 대전환

[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법무장관·검찰총장·중수청장·경찰청장 줄줄이 공석
10월 공소청 출범 코앞인데…"현장 대혼란 불가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가족기업 특혜 논란을 해명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이 임박한 가운데 핵심 기관의 정식 수장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새 형사사법체계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부실 검증 논란 속에 결국 낙마하면서 법무부는 차관의 장관 직무대행 체제를 이어가게 됐다.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는 여권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검찰총장 자리는 1년 넘게 비어 있고,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권한 비대가 우려되는 경찰 역시 대행 체제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72년 만의 형사사법체계 대전환이 수장 공백 속에 개문발차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청은 10월2일부터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기소·공소유지 전문 기관인 공소청으로 전환된다. 개정 정부조직법·형사소송법과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에 따라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법왜곡 등 7대 중대범죄 수사는 중수청이 맡게 된다. 원칙적으로 경찰은 폭행·절도·교통사고·일반 사기 등 민생과 밀접한 생활범죄를 수사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대통령·국회의원·판사·검사 등 고위공직자의 범죄 가운데 법에서 정한 범죄 등을,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은 조세·노동·환경 등 전문 분야를 수사한다.
가장 최근 터진 변수는 청와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실패다. 법무부 장관직은 지난 8월24일 정성호 전 장관 사표 수리 이후 공석 상태다. 김승원 후보자(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는 임명 강행 기류가 이어지던 가운데 지난 19일 전격 사퇴했다. 사퇴에 앞서 17일에는 전직 보좌진이 추가 의혹을 담은 탄원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 탄원서에는 2024년 김 의원이 술자리에서 동석자를 성추행 했고 이를 보좌진이 수습한 의혹, 김 의원의 추가 음주운전을 목격했다는 주장, 보좌진에 대한 욕설·폭언 의혹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의 진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김 의원 측은 탄원서 관련 보도에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오류가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김 의원은 △코로나19 신약 로비 및 판사 연루 의혹 △가족 협동조합 특혜 의혹 △2008년 음주운전 전력 등으로 줄곧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김 의원이 결국 낙마하면서 법무행정 수장의 장기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다. 후임 후보자 검증과 지명,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고려하면 10월2일 공소청 출범 전 장관 임명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검찰총장 공백 상황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제청권을 가진 만큼, 장관 인선이 늦어지면 검찰총장 인선도 함께 밀리는 까닭이다. 법무부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는 3명 이상을 추천하게 된다. 법무부 장관은 이 중 1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공소청 출범이 임박했지만 현 시점까지 추천위 구성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 심우정 전 검찰총장 퇴임 이후 노만석·구자현 등 대행 체제만 1년2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현재 박규형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대행의 대행'으로 조직을 임시 운영 중이다.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가 17일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수청장·경찰청장 인선도 미완...길어지는 수장 공백
검찰 폐지에 따라 중대범죄 수사 기능을 넘겨받는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는 여권의 반발에 부딪혔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7일 김지용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그러나 민주당 강경파와 조국혁신당 등 여권 일각에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한 인물"이라며 김 후보자의 검찰 재직 시절 행적을 문제 삼고 있다.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요청안은 아직 제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달 내 임명이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중수청과 함께 양대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경찰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경찰청장 자리는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조지호 당시 청장이 직무정지된 이후 지금껏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가 조 전 청장에 대한 파면을 선고하며 후임 인선의 법적 걸림돌은 사라졌지만, 이호영·유재성에 이어 지난 1일 김종철 경찰청 차장이 세 번째 직무대행을 맡는 데 그쳤다. 검찰 수사권 폐지에 따라 경찰의 수사 비중이 한층 커지는 시점에 정작 경찰은 청장 없이 개편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이 맡던 수사 기능과 이관 대상 사건은 중수청·경찰 등으로 넘어가고, 공소청은 기소·공소유지 등을 담당하게 된다. 그런데 하위 법령과 세부 직제 정비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중수청장, 경찰청장 인선이 모두 마무리되지 않은 채 10월2일을 맞을 경우 기관 간 업무 조율과 제도 개편에 따른 문제 대응이 늦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제도 개편에 따른 부작용을 논의할 테이블 조차 만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복수의 형사사건 전문 법조인은 수장 공백 등에 따른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검찰 출신 법조인은 "중수청의 연착륙을 위해선 꼼꼼한 제도 설계와 핵심 인력의 배치 등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수사에 나설 수 있는 역량에 의문이 들 만큼 준비가 전혀 되고 있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형사 전문 변호사는 "개정 형사소송법 하위 법령 정비 등 산적한 현안에도 법무부 장관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며 "공소청 인력과 기능 등 관련 공소청 직제안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일선 현장에서 혼란이 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