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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이만종 교수팀, ‘극한 우주 환경에서 태양전지 비가역적 손상’ 난제 해결했다

건국대학교 이만종 교수(화학과, 첨단결정소재/소자연구센터장) 연구팀이 우주 양성자 조사로 발생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비가역적 손상 원인을 세계 최초로 실험적으로 규명하고, 초경량 패릴린-C 차폐막을 이용해 손상을 차단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명성의 국제학술지 ‘Advanced Energy Materials’(IF=25.5, JCR 기준 에너지 및 연료 분야 상위 2.4%)에 지난 8월 게재됐다.

논문 개요를 담은 이미지. 본 연구는 우주 양성자 손상 원인을 규명하고 초경량 패릴린-C 차폐 기술을 제시했다
논문 개요를 담은 이미지. 본 연구는 우주 양성자 손상 원인을 규명하고 초경량 패릴린-C 차폐 기술을 제시했다
다결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가볍고 유연하며 방사선에 대한 내구성이 뛰어나, 기존 위성용 전원과 우주 태양광 발전에 주로 사용되는 고가의 단결정 갈륨비소(GaAs)계 태양전지를 대체할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극한 우주 환경에서 양성자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발생하는 비가역적 성능 손상은 장기적인 우주 임무에 적용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양성자의 에너지와 누적 조사량, 침투 깊이에 따라 태양전지 내부에서 손상이 발생하는 위치와 성능 저하 임계점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방사선에 의한 태양전지의 성능 저하는 단순히 양성자의 에너지가 높고 낮음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양성자가 소자 내부 어느 위치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전달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20, 50, 190 keV의 서로 다른 에너지를 가진 양성자를 1013-1015cm-2 범위로 조사해 양성자의 에너지와 누적 조사량에 따른 ‘에너지-플루언스(fluence) 손상 지도’를 구축했다. 플루언스란 일정 면적에 누적해서 조사된 입자의 개수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 양성자의 침투 깊이와 소자 내부 에너지 침적 위치에 따라 손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체계적으로 비교했다.

분석 결과 20 keV 양성자는 상부 전극과 정공수송층 부근에서 대부분 정지해 표면층에 가까운 영역에 영향을 미쳤다. 50 keV 양성자는 페로브스카이트 광흡수층에 원자 변위를 집중적으로 일으켰으며, 190 keV 양성자는 소자 전체를 관통하면서 광흡수층뿐 아니라 계면과 전하수송층을 포함한 소자 전반에 분산된 손상을 유발했다. 반면 에너지가 훨씬 높은 5 MeV 양성자는 얇은 태양전지 적층 구조를 대부분 통과해 에너지가 집중 침적되는 지점인 ‘브래그 피크(Bragg peak)’가 소자보다 깊은 외부에 형성되면서 소자 내부의 에너지 침적량과 손상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연구팀은 이어 양성자 조사에 따른 태양전지의 비가역적 손상 원인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X선과 양성자 등 방사선의 종류에 따라 소자의 열화 경로에는 차이가 발생함을 밝혀냈다. 광전자 분광법(XPS)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X선과 같은 광자 조사는 물질을 이온화시키는 이온화 에너지 손실(Ionizing Energy Loss, IEL)을 일으킨 반면, 양성자 조사에서는 원자핵과의 충돌로 Pb, I, Br 원자가 원래 위치에서 이탈하고 결정 구조에 결함이 생기는 비이온화 에너지 손실(Non-Ionizing Energy Loss, NIEL)이 주된 손상 원인으로 나타났다.

누적 조사량이 증가할수록 페로브스카이트를 구성하는 원소 신호가 감소했고, 높은 누적 조사량인 1015cm-2에서는 결정성이 55% 감소하고 미세균열이 발생했다. 특히 50 keV 양성자로 손상이 집중된 소자는 2주간 암실에 보관한 뒤에도 회복되지 않았으며, 3000분간 빛을 조사하거나 100℃에서 열과 빛을 동시에 가한 이후에도 발전 성능이 회복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양성자 충돌에 따른 원자 변위와 격자 결함으로 발생하는 NIEL 손상이 비가역적이라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이 같은 손상 원리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고분자 소재인 패릴린-C(Parylene-C)를 활용해 1-6μm 두께의 초경량 차폐막을 설계하고 성능을 검증했다. 패릴린-C 차폐막은 상온 화학기상증착(CVD) 공정으로 형성했으며, 차폐막을 적용한 뒤에도 태양전지의 개방전압과 단락전류, 충전율(FF), 광전 변환 효율(PCE) 등 초기 발전 성능이 거의 동일하게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1μm 두께의 패릴린-C 차폐막은 20 keV와 50 keV 양성자를 차폐막 내부에서 효과적으로 정지시켜 발전 효율을 유지했다. 반면 190 keV 양성자는 1μm 차폐막을 통과한 뒤 높은 에너지가 페로브스카이트 광흡수층과 인접 계면에 집중되면서 심각한 손상을 일으켰다. 이에 연구팀은 차폐막 두께를 6μm로 최적화했으며, 190 keV 양성자를 1015cm-2까지 조사한 극한 조건에서도 태양전지의 발전 성능이 유지됨을 확인했다.

논문에서 가정한 궤도 환경을 기준으로 1015cm-2의 누적 조사량은 고도 2000km 저궤도(LEO)에서는 약 13.5년, 정지 천이 궤도(GTO)에서는 약 44일간 누적되는 양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이처럼 궤도별 방사선 환경과 양성자의 침투 깊이를 차폐막 두께와 연결함으로써, 실제 우주 임무의 궤도와 운용 기간에 따라 필요한 보호막을 설계할 수 있는 정량적 기준을 제시했다.

특히 근지구 궤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10-200 keV 양성자의 경우 침투 깊이를 고려해 태양전지의 적층 구조와 차폐층 두께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실험과 SRIM/TRIM 시뮬레이션을 통해 양성자가 태양전지에 도달하기 전에 멈출 수 있도록 차폐층 두께를 설정하는 정량적 설계 기준을 확립했다. 상온 화학기상증착 공정을 활용하고 유연 기판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은 향후 대면적·롤투롤(Roll-to-Roll) 공정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양성자에 의한 손상 원인 규명부터 에너지별 손상 예측, 차폐막 두께 설계와 실제 소자에서의 보호 효과 검증까지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 결과는 향후 저궤도(LEO) 위성군과 달 탐사선 등 장기간 운용되는 우주 시스템을 위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설계와 차세대 우주 전원 기술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건국대 이만종 교수(단독 교신저자)와 변장원·윤성필 연구원(공동 제1저자)을 필두로 페로브스카이트 분야 세계적 석학인 정현석·박남규 교수(성균관대), 이상욱 교수(경북대), 이진욱 교수(서울대), 김동회 교수(고려대) 등 국내 각 분야 전문 연구진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 비가역적 손상이란 양성자 조사 후 암실 보관, 광 조사 및 열·광 처리를 거쳐도 소자의 성능이 회복되지 않는 상태를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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