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를 테러리스트로, 건설노동자를 마약사범으로…졸지에 범죄자가 된 ICE 희생자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에 맞아 사망한 희생자들의 가족과 지인들은 과잉 단속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7월 12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사망한 로렌소 살가도 아라우호를 추모하는 집회에서 한 어린이가 촛불을 들고 있다.
수잔 프레티는 지난 1월 2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에 맞아 숨진 미국 시민 알렉스 프레티의 모친이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손편지에서 "오늘은 알렉스가 세상을 떠난 지 6개월이 되는 날입니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사과하지도 않았고, 정부 관계자나 병원 직원, 경찰로부터 단 한 통의 전화도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라고 적었다.
알렉스는 재향군인 병원 중환자실에서 참전용사들을 돌보던 간호사였다. 그는 이민 단속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ICE 총에 맞아 숨졌다. 그의 죽음이 알려지며 공분이 일자, 국토안보부(DHS)는 알렉스가 소지했던 총 사진을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DHS는 그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그를 ‘테러리스트’로 몰아갔다.
ICE 총격으로 사망한 희생자들은 애초에 ICE 단속 작전의 대상자가 아니었고, 합법적으로 체류 중이거나 체류 허가를 취득하는 과정에 있었다. ICE는 총기 사용의 근거로 희생자들이 차량으로 요원을 들이받으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현장에 있던 요원들이 보디캠을 착용하지 않아 이를 뒷받침할 영상 증거는 없었다.
연방 정부는 알렉스를 테러리스트로 몰았던 것처럼, 아라우호를 마약사범으로 몰아갔다. FBI는 그의 차량에서 불법 마약으로 의심되는 물질을 발견했다며 법원에 차량 수색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사 결과 마약은 검출되지 않았다. FBI가 지목한 흰색 가루는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수분 보충을 위해 물에 타 먹는 전해질 음료 분말이었다.
ICE 요원 데이비드 브루일렛은 과거 자신에게 끓는 물을 붓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반복했다고 전처가 증언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양극성 장애, 주의력 결핍 장애 진단을 받았고, 군 제대 후 소방관 훈련 중 발생한 뇌진탕 사고로 기억력 및 인지기능 저하, 두통과 현기증 등을 겪어왔다.
ICE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차량 검문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ICE의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범죄 퇴치 수단 중 하나인 차량 검문을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방침이 하루 만에 뒤집혔다.
프레티 사망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연방 당국은 사건 발생 6개월 후에야 관련 증거 자료를 헤너핀 카운티 검찰에 넘겼다. 아라우호 사망을 수사 중인 휴스턴 검찰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연방당국으로부터 자료를 전달받지 못해 작전에 참여한 ICE 요원의 신원이나 발포자를 특정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국토안보부가 주장한 ‘차량이 요원을 치려 했다’는 내용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자 강제추방 기조의 고삐를 더 강하게 죄고 있다. 거리의 단속에서 나아가, 공항에서 비자 만료를 문제 삼아 영주권 신청자와 취업비자 연장 대기자까지 체포하는 그물망 단속을 벌이고 있다. ICE의 과잉 단속이 끊이지 않으면서 미국 전역으로 애꿎은 희생을 애도하는 촛불이 하나둘 퍼져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