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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약 사기 판치는 '미프진'... 李 대통령 지시에 7년 표류 끝내고 도입?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3월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임신중지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과 유산유도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3월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임신중지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과 유산유도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의 조속한 도입을 지시했다. 2019년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 이후 7년째 멈춰있던 도입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 대통령은 "(임신중지를) 몇 주까지로 (허용)할 거냐 논쟁하다간 제 임기가 끝난다. 대체 입법이 마련되기 전이라도 의사가 재량으로 처방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미프진은 임신 초기에 복용해 임신을 중지하는 전문의약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 이 약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으며, 프랑스·중국·미국·스위스 등 90여 개국에서 허가됐다. 국내 도입에는 현대약품이 나서고 있다. 2019년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 이후인 2021년 7월 처음 식약처에 허가 신청을 했다.

그러나 심사는 번번이 '법 공백'을 이유로 가로막혔다. 식약처는 모자보건법·형법 등 관련법이 개정돼야 미프진 도입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임신중단 허용 범위와 기간이 법률로 먼저 정해져야 효능과 효과, 위해성관리계획 등을 제대로 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약품은 허가 신청과 취하를 반복해왔으며, 2024년 12월에 낸 세 번째 신청은 아직 본심사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대해 "관계부처 간의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입법 없이도 미프진 도입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의 나영 대표는 "임신중단은 이미 2019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비범죄화되었기 때문에, 미프진을 허용하기 위해 반드시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다"며 "심지어는 아직 임신중단이 비범죄화되지 않는 나라에서조차 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해 미프진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국회가 책임을 미루는 사이, 여성들은 음성적인 경로로 약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임신중단 의약품 불법 유통 적발 건수는 2021년부터 2025년 8월까지 2,641건에 달했다. 여성들은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중고거래 플랫폼, 온라인 쇼핑몰 등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약을 구했다. 절박한 여성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효능이 없는 가짜 약을 판매하는 신종 사기까지 등장했다.

의료계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의사의 자의적 판단만으로 미프진을 처방케 하는 것은 의료 현장을 사법 리스크로 몰아넣는 행태"라고 밝혔다. 나영 대표는 "미프진은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약인 만큼, 용법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가이드에 구체적인 형태로 다 나와있다"며 "의료 현장이 사법 리스크에 내몰린다는 것은 과도한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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