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인데 못 쓰는 재이용수... 대체 수원도 제자리
제주 동부에서 가뭄이 깊어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농작물에 물을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생활하수를 처리해 농업용수로 공급하는 시설이 있지만, 물이 가장 절실한 시기에 공급은 차질을 빚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 일대는 가뭄이 깊어지고 있다. 해안가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커다란 물탱크가 설치돼 있다. 8백톤의 물을 채울 수 있는 대형 저수조이지만, 거의 비어 있다.
이 저수조는 동부하수처리장에서 생활 하수를 정화한 물, 이른바 재이용수로 채워지는데, 최근 문제가 생겼다. 생활 하수에서 염분 농도가 평상시의 1.5배나 높아져, 처리가 마무리된 재이용수의 EC, 전기전도도가 농업 용수 권고치를 벗어났다.
하수처리장 측은 "생활 하수에 염분 농도가 평소보다 높게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추정하기로는 대조기가 겹치면서 해수가 유입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했다.
하루 150톤 가량의 재이용수를 생산할 수 있지만, 지난 4일부터 이틀간 280톤을 농가에 공급한 이후, 추가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저수지 같은 대체 수자원 활용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현재 송당저수지 저수율은 16%에 그쳐 조만간 운영 중단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반면에 성읍저수지는 저수율이 64%로 비교적 여유가 있다.
지역별 물 사정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런 편차를 줄이기 위해 4백억원을 투입해 송당저수지와 성읍저수지를 약 20킬로미터 관로로 연결하는 사업이 검토됐다.
하지만 정부 사업 지구에 아직 선정되지 못하면서 실제 추진은 늦어지고 있다. 지역 측은 "정부 정책상 제주지역 농업용수 관련 사항은 후순위로 밀려 있다 보니까 사업 선정이 안돼서"라고 설명했다.
가뭄이 심해질수록 농업용수 공급원은 분산돼야 하지만, 재이용수나 저수지 연계 사업도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지하수 의존만 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