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日 여성 72% "한국 브랜드 몰라"…비슷비슷 K-뷰티의 민낯

K-뷰티 수출액이 매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사진|뉴시스]
K-뷰티 수출액이 매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사진|뉴시스]

전세계인이 K-뷰티에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의 소비자들도 K-뷰티의 매력에 빠졌다. 2010년대 중국을 중심으로 분 K-뷰티 '1차 웨이브'에 이어 '2차 웨이브'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열풍 이면엔 그림자도 존재한다. 유행만 좇는 '떴다방식' 제품이 지나치게 많다는 거다. '시카' '글루타치온' 'PDRN'…. 인기를 끄는 성분을 앞세운 제품들이 우후죽순 쏟아졌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어서다.

K-뷰티 수출액이 매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사진|뉴시스]

'K-뷰티'가 전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2010년대 중국을 중심으로 한국 화장품이 각광받은 게 K-뷰티의 '1차 웨이브'였다면, 지금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유럽에서 고르게 인기를 얻는 '2차 웨이브' 시대다.

이는 가파르게 늘어난 K-뷰티 수출 실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94억2491만 달러(약 12조766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8월 누적 수출액은 79억288만 달러(약 10조7030억원)로 전년 동기(60억8648만 달러) 대비 29.6% 증가했다(표①).

특히 미국에선 쇼츠 플랫폼 '틱톡(TikTok)'을 타고 젊은층 소비자가 유입되고 있다. K-뷰티 콘텐츠가 2억5000만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다. 이같은 관심은 스킨케어부터 색조, 헤어케어, 바디케어 제품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8월까지 국가별 화장품 누적 수출액을 살펴보면, 미국이 15억6134만 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그다음은 중국(11억1454만 달러), 일본(6억2940만 달러), 홍콩(4억2051만 달러), 영국(3억1301만 달러)이었다(표②).

중소 브랜드로 시작해 전세계적 인지도를 얻은 성공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달바(운영사 달바글로벌)' '조선미녀(운영사 구다이글로벌)'다. 달바글로벌의 경우 해외 매출액 비중이 전체의 76%가량(2026년 2분기 기준)에 달한다. 지난해 5월엔 코스피 시장에 상장해 현재 시가총액은 2조3426억원(9월 30일 기준)이다.

매출액의 90% 이상(2025년 기준)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구다이글로벌 역시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기대 기업가치는 10조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K-뷰티 '2차 웨이브'의 이면엔 그림자도 존재한다. 한국 화장품의 3위 수출국인 '일본'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그 단면이 드러난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오픈서베이가 지난 5월 일본 여성(만 15~59세) 1000명에게 'K-뷰티 브랜드 인지 여부'를 물은 결과, 전체의 16.1%만이 "(K-뷰티 브랜드를) 알고 있고 사용 경험도 있다"고 답했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알고 있는 브랜드가 없다"는 응답자가 72.5%에 달했다는 점이다(표③).

김주덕 성신여대(뷰티산업학) 교수는 "이 통계는 일본 내 K-뷰티의 인기가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층에게 국한돼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는 건 반복 구매가 잘 이뤄지지 않고, 브랜드 충성도가 낮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낮은 충성도의 배경엔 K-뷰티의 고질적 문제점이 자리하고 있다. K-뷰티 브랜드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좇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관련 사례는 차고 넘친다.

최근엔 특정 '성분'을 앞세운 제품이 인기를 끌면 너나없이 유사제품을 쏟아내는 방식이 이어지고 있다. '병풀추출물'을 활용한 '시카' 화장품이 인기를 끌자 비슷비슷한 제품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왔고 이후 다른 성분으로 트렌드가 넘어갔다.

이런 현상은 수년간 트렌드를 이끈 '글루타치온' 'PDRN' 성분 관련 상표권 출원 추이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른바 '백옥주사' 성분으로 미백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글루타치온은 2022년 무렵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해 관련 상표권 출원은 70건(이하 지식재산처)이었다. 이어 2023년 236건, 2024년 472건, 2025년 469건, 2026년 136건 등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섰다.

연어 추출물로 2024년 무렵부터 주목받은 PDRN(Polyde oxyribonucleotide)도 마찬가지다. 관련 상표권 출원이 2024년 57건에서 2025년 191건, 2026년 138건으로 단기간에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표④).

K-뷰티 2차 웨이브가 이어지려면 트렌드를 좇기 보다는 브랜드 정체성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뉴시스]

개별 브랜드가 공고히 자리 잡기보다는 유행하는 성분을 앞세운 제품들이 쏟아졌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게 K-뷰티의 현실이라는 거다. 이는 K-뷰티 1차 웨이브의 한계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마유크림' '달팽이크림' 등이 큰 인기를 끌자 '미투(Me too)' 제품이 난립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식상함'을 안겨줬고 K-뷰티의 인기가 사그라드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1차 웨이브에서 경험했던 한계가 현재도 '진행중'이라는 거다. '진입장벽'이 낮은 화장품 산업 구조와 맞물린 결과라는 점에서 간단한 문제로 보기도 어렵다. 트렌드에 편승해 단기간 내에 실적을 내는 데 집중하기보단 독자적인 브랜드력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K-뷰티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지만 정작 해외 소비자가 "아는 브랜드가 없다"고 답하는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는 거다. 김주덕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수년간 비슷비슷한 '성분'을 강조하는 화장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유행하는 성분을 좇는 전략으로는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전세계 소비자에게 '갈색병' 에센스로 알려진 '에스티로더'의 스테디셀러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1982년 출시)'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수차례 성분을 업그레이드하면서도, 갈색병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K-뷰티 브랜드들도 트렌드에 편승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에 투자해 브랜드력을 확립하고, 소비자의 충성도를 모을 때다."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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