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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의존도 커지면 인간 능력 망가진다…전문직 덮친 '탈숙련화'

AI 의존도가 높아지면 숙련된 전문가들도 능력이 퇴화되는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AI 의존도가 높아지면 숙련된 전문가들도 능력이 퇴화되는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인공지능(AI)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사람의 능력이 퇴화하는 '탈숙련화(Deskilling)'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I 의존도가 높아지면 숙련된 전문가들도 능력이 퇴화되는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전문가, 컴퓨터 과학자 등 다양한 직군에서 AI의 영향으로 전문성이 퇴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네덜란드 정보서비스기업 ‘볼터스 클루버’가 이달 초 발표한 미국 의료 종사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사의 77%, 간호사의 70%가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자신의 기술이 퇴화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마르친 로만치크 폴란드 실레시아 아카데미 교수가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 ‘랜싯’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들도 AI에 의존하면 업무 수행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연구팀은 2000건 이상의 대장내시경 검사를 수행한 의사들을 대상으로 AI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했다. 의사들이 활용한 AI 시스템은 대장내시경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전암성 장 병변인 ‘선종’을 표시해주는 시스템이다.

연구팀은 연구에 참가한 의사들에게 AI 시스템을 제공한 날과 제공하지 않은 날을 비교했다. 그 결과 의사들은 AI를 사용할 수 없는 날 검사 성과가 떨어지는 결과를 보였다. AI 도입 전 3개월 동안 의사들은 대장내시경 검사의 28.4%에서 선종을 발견했다. AI 도입 후 3개월 동안에는 AI를 제공받지 못한 날 검사의 22.4%에서 선종을 찾았다.

AI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인지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줄어들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책임감 또한 감소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에 참여한 유이치 모리 노르웨이 오슬로대 연구원은 “AI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 일부를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탈숙련화를 막기 위한 해결책은 향후 10년 동안 매우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AI기업 앤트로픽은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 AI가 인간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지난 2월 출판 전 논문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52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웹 검색과 작업 지침 기반으로 기본적인 코딩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참가자 중 절반에게는 AI 에이전트를 추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코딩 과제를 수행한 뒤 참가자들은 과제와 관련한 퀴즈를 풀었다. 그 결과 AI 에이전트를 사용한 참가자들의 점수는 평균 50점, 비사용 참가자들은 67점을 보였다. AI 사용 참가자들은 특히 코드의 오류를 진단하는 문제에서 점수가 낮았다. 자신이 작성한 코드의 배경 개념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학습과 성과 사이에 매우 이상한 단절이 생기고 있다”며 “AI로부터 기술을 빌려 쓰고 있기 때문에 수준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정작 스스로 습득하고 발전하는 능력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탈숙련화 현상은 AI를 통해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타파니 린타카힐라 호주 퀸즐랜드대 정보시스템 연구원은 위성항법시스템(GPS) 내비게이션처럼 사람의 길 찾기 능력을 약화시킨 기술 사례 등도 있다고 밝혔다.

린타카힐라 연구원은 지난 2018년 자동화된 회계 시스템의 반복 사용이 회계사들의 업무 수행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점도 확인했다. 린타카힐라 연구원은 “미래 세대 프로그래머들은 코딩의 기초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회계, 법률 등 지식 집약적 전문직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하되, 경계심을 갖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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