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3대 강국’ 자신하는 박태웅 위원장이 던지는 진짜 질문

AI는 모든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궁금한 게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박태웅 국가AI전략위원회 공공AX분과 위원장이 지금을 ‘교양의 시대’라고 부르는 이유다.
AI는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누군가는 ‘두 번째 산업혁명’에 가까운 변화를 예고하기도 한다. 흐름을 바꿀 수 없다면 무엇이 옳은 방향인지 서로에게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과정을 생략해서는 안 된다. 인터넷·스마트폰의 등장과 비교해 AI가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무엇인가. 이 기술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또 내 일상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꾸는가. 오늘날 우리가 AI에 던지는 질문은 어떤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지 보여주는 밑그림이기도 하다.
AI에 대해 궁리하다 보면 결국 ‘인간다움’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윤리·책임·신뢰 같은 사회의 핵심 가치가 그 안에 포함된다. 법과 제도는 기술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기술이 인간 앞에 서지 않게 할 수 있을까. 끌려가지 않고 함께 갈 수 있을까. 그 어느 때보다 상상력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경제 논리와 효율 너머 AI가 남긴 질문들을 점검할 때다. 기술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조정하고, 상호작용의 방식을 다시 쓰고, 방향을 제시하며 기준을 합의해야 할 숙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박태웅 국가AI전략위원회 공공AX분과 위원장은 한국이 자체 AI 역량을 보유해야 한다는 ‘소버린 AI’의 필요성을 가장 앞장서 주장해온 인물이다. 그는 1999년 인티즌을 창업하며 IT 업계에 뛰어들었고, KTH, 엠파스 등을 거쳤으며, 기술 전문 서적을 출판하는 한빛미디어와 공론 플랫폼인 녹서포럼 의장을 맡고 있다.
박태웅은 “미국, 중국, 그다음 한국이다”라며 한국을 ‘AI 3대 강국’ 중 하나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독파모가 올해 말에 일단 나오잖나. 충분히 쓸 만한 것이다”라며 자신하기도 했다. 독파모는 이재명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와 이어지는 핵심 사업으로 현재 2차 평가 단계를 거치고 있다.
AI의 등장을 ‘두 번째 산업혁명’이라고 했다. 첫 번째 산업혁명이 인간의 몸을 기계로 바꾸는 것이었다면, AI가 가져올 두 번째 산업혁명은 인간의 마음을 기계로 대체해보려는 시도라고 박태웅은 받아들인다. 산업혁명은 산업현장만 바꾸지 않았다. 인간의 생활 방식 전반을, 이전까지의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변화시켰다. 두 번째 산업혁명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임팩트에 대해서는 합의할 수 있다. 산업혁명 이상의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국가AI전략위원회는 그런 ‘의도적’인 노력의 일환이다. 세 가지 이슈가 있다. 기존의 법과 제도가 기술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입법이 못 따라간다. 입법은 제너럴리스트들이 하는데 기술은 프로페셔널하게 일어난다. 이 사이에 지식의 갭이 너무 크다. 모든 문제는 글로벌하게 일어나는데 모든 규제는 나라별로 이루어진다는 것도 문제다.
기술은 빠르고 민주주의는 느리다. 박태웅은 미국의 페드램프와 카탈로그 제도를 유심히 본다. 페드램프는 AI 모델을 정부나 군에 도입하려면 거쳐야 했던 최소 수개월에서 최대 수년간의 보안 검증 절차와 행정 지연을 간소화한 것이다. 검증된 AI 모델을 쇼핑몰의 카탈로그처럼 만들어 복잡한 계약 절차 없이 구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소버린 AI를 위한 한국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AI를 5단 케이크로 설명한다. 1단에 에너지, 2단이 반도체, 3단이 데이터센터 같은 인프라, 4단에 AI 모델이 있다. 그리고 5단에 이를 활용한 서비스가 있다. 이 다섯 개를 다 갖춘 나라가 전 세계에 두세 개밖에 없다. 고압변전기, 변압기, 해저 케이블, 고압직류송전 같은 전력 인프라를, 반도체와 배터리를 다 갖고 있는 나라로 중국과 한국이 압도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공공 AX를 통해 가장 풀고 싶은 문제는 무엇인가. AI 네이티브 정부를 만들자는 거다. 결국 데이터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그 안에 잠재된 패턴을 찾아낸다. AI를 적용해서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첫 번째 질문은 ‘데이터가 있나?’다. 데이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공공 영역의 인공지능 전환은 얼마만큼 진행되고 있나. AI 발전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예를 들어 이제는 30B 사이즈 모델로 못하는 게 거의 없다. 할 일에 맞춰서 학습하면 수천 억, 많게는 수조 개의 매개변수를 갖고 있는 프런티어 모델이 아쉽지 않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일 가운데 프런티어 모델이 아니면 못할 일이 몇% 될까? 아마 20% 이내일 거다.
AI의 패러다임은 ‘더 큰’ 단일 모델에서 ‘작고 영리한’ 에이전트 네트워크 구축으로 바뇀고 있다. 프런티어 모델은 말 그대로 ‘범용’이다. 모든 분야를 적당히 잘한다. 법률이나 세무 등 특정 분야로 좁히면 30B 크기의 특화 에이전트가 충분히 정답을 찾아낸다. 이처럼 가벼운 모델로 각 에이전트에 분배하면 운영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자체 프런티어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