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9440억 재산분할 청구서에…최태원, 결국 SK 지분 판다

SK㈜ 지분 2.3% 매각…11월 2일 거래 예정

5440억 SI 매각·4000억 PRS…"주가 충격 최소화"

의결권 33.5%→30.5%…"경영권 영향 제한적"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지급할 재산분할금 마련을 위해 9440억원 규모의 SK㈜ 지분을 매각한다. 주가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하되 일부는 전략적 투자자에게 매각하고 나머지는 주가수익스왑(PRS) 방식을 활용한다. 매각 이후에도 최 회장은 SK㈜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의결권 지분율도 30%를 웃돌 전망이다.

SK㈜는 2일 최 회장이 보유한 보통주 165만3924주(지분율 약 2.3%)를 매각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전체 거래금액은 약 9440억원으로 지난 7월 법원이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한 재산분할액과 사실상 같다. 공시상 매각 목적은 '보유 주식 매각을 통한 개인 소요 자금 조달'이다.

거래는 오는 11월 2일 시간외 블록딜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체 매각금액 가운데 5440억원은 전략적 투자자에게, 나머지 4000억원은 한국투자증권에 PRS 방식으로 매각한다.

전략적 투자자에게는 97만2493주를 주당 55만9387원에 처분한다. SK㈜ 측은 투자자가 회사의 사업 경쟁력과 중장기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해 지분 인수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는 68만1431주를 주당 58만7000원에 매각한다. 이 거래에는 계약기간 3년의 PRS 계약이 적용된다. PRS는 주식을 매각한 뒤에도 향후 주가 변동에 따른 손익을 거래 당사자 간 정산하는 파생금융 거래다. 주가가 기준가격보다 오르면 최 회장이 차익을 받고 반대로 떨어지면 손실을 부담하는 구조다.

최 회장이 두 가지 매각 방식을 병행한 것은 대규모 매물이 정규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로 해석된다. 동시에 PRS를 통해 당장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면서도 향후 SK㈜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지분을 처분한 이후에도 기업가치를 높일 유인을 유지하는 셈이다.

SK 관계자는 "대규모 지분을 시장에 직접 내놓으면 매도세가 커지면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며 "전략적 투자자와 PRS 방식을 활용한 것도 시장과 주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매각이 완료되면 최 회장의 SK㈜ 보유 주식은 1297만5472주에서 1132만1548주로 줄어든다. 지분율도 17.8%에서 15.5%로 2.3%포인트(p) 낮아진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25.2%에서 22.9%로 하락한다.

다만 의결권이 있는 주식만을 기준으로 하면 최 회장의 지분율은 23.9%에서 20.8%로,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33.5%에서 30.5%로 조정된다. 매각 이후에도 최대주주 지위에는 변함이 없고 특수관계인과 합산한 의결권 지분율도 30%대를 유지하는 만큼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SK 관계자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의결권 지분율이 여전히 30%를 넘는다"며 "현재 주주 구성 등을 고려하면 이번 매각이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분 매각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이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간 가운데 결정됐다. 앞서 서울고법 가사1부는 지난 7월 24일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분할 대상 재산을 약 2조9000억원으로 산정, 최 회장과 노 관장의 분할 비율을 각각 66.6%, 33.3%로 정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도 분할 대상에 포함했다.

재산분할액은 2024년 항소심의 1조3808억원보다 4368억원 줄었지만 1심에서 인정된 665억원의 14배가 넘는다.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을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에서 배제했음에도 기여도는 기존 35%에서 33.3%로 소폭 낮아지는 데 그쳤다. 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인정한 판단도 유지돼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최 회장은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8월 재상고했다. 다만 재산분할액 9440억원 가운데 7000억원은 다투지 않고, 나머지 2440억원에 대해서만 대법원 판단을 받겠다며 상고 취지를 축소했다. 혼인 관계가 파탄 난 이후 취득한 SK실트론 지분을 분할 대상에 포함한 것이 적절한지,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도를 33.3%로 산정한 데 법리적 문제가 없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다.

최 회장은 재상고심과 별개로 재산분할액 전액에 해당하는 자금 확보에 나섰지만 기존 법적 절차는 그대로 이어갈 방침이다. 최종 재산분할액이 확정되기 전 재원을 마련해 지급에 대비하면서 개인적인 소송이 그룹 경영에 미치는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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