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0억 아낀 신임 충남지사 ‘조용한 파격’

전임 충남지사의 슬로건인 ‘힘쎈충남 대한민국의 힘’ 문구를 새긴 간판이 13일 충남 내포신도시 고속·시외버스 정류소 주변에 설치돼 있다. 충남도 제공
전임 충남지사의 슬로건인 ‘힘쎈충남 대한민국의 힘’ 문구를 새긴 간판이 13일 충남 내포신도시 고속·시외버스 정류소 주변에 설치돼 있다. 충남도 제공

박수현 충남지사가 이끄는 민선 9기 충남도가 민선 8기 슬로건이 담긴 간판과 구조물을 교체 없이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취임 직후 전임자 주요 정책이나 슬로건을 없애는 경우가 많은데 박 지사는 ‘불필요한 지우기’에 힘을 뺄 필요 없다는 스탠스를 취했다.

‘힘쎈충남 대한민국의 힘’ 문구가 담긴 간판은 충남 홍성군 도청 북측 지하주차장 입구 왼쪽 오르막길에 걸려 있다. 또 내포신도시 고속·시외버스 정류소 뒤편에서도 이 간판을 볼 수 있다. 내포신도시 진입로인 홍북터널 양쪽 끝 상단에도 ‘힘쎈충남’ 입체 간판이 서 있다.

도청사나 사업소 건물 안팎, 도로변 등에 설치된 간판과 표지판 등 ‘힘쎈충남’이 쓰인 구조물은 총 7개로 집계됐다. 민선 9기 충남도정이 출범한 지 13일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민선 8기 슬로건이 곳곳에 남아있는 것이다.

박 지사는 취임 전 인수위원회 종합 보고를 받으면서 “‘힘쎈충남 대한민국의 힘’, 좋은 문구 아니냐”며 비전 간판 교체를 최소화하고 홍북터널 등에 있는 입체 간판 등은 그대로 둘 것을 주문했다. 민선 8기의 도정 간판이 9기의 ‘통(通)하는 충남’ 간판과 공존하는 상황은 박 지사의 ‘전임 도정 계승’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도 관계자는 설명했다.

박수현 충남지사는 지난 1일 취임식에서도 “1995년부터 시작된 민선 충남도정은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며 “양승조 38대 지사의 ‘복지충남’, 많은 투자를 끌어낸 39대 김태흠 지사의 ‘힘쎈충남’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도정의 역사는 모두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저 또한 지난 도정들을 계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는 예산 절감을 위해 기존 집무실 집기와 차량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박 지사는 집무실·접견실·휴게실 책상, 회의 테이블과 의자, 손님용 의자 등 집무용 의자 2개를 뺀 모든 집기를 물려받아 사용 중이다. 2018년 7월 등록된 승용차 역시 민선 7·8기에 이어 그대로 사용 중이다.

도는 ‘힘쎈충남’이 인쇄된 도정신문 포장 비닐도 폐기하지 않고 2개월여간 사용할 계획이다. 내부에서는 조용한 파격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도 관계자는 “간판 철거와 재설치에 수억원이 드는 데다 도 이미지 등을 교체하는 것까지 합하면 30억원 안팎의 예산이 들어갔을 것”이라며 “예산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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