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도 안 꿰맸는데 193만원…도 넘은 ‘비급여진료비 폭탄’

경실련이 15일 박지원 민주당 의원(오른쪽)과 함께 과잉 비급여 실태 등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경실련
경실련이 15일 박지원 민주당 의원(오른쪽)과 함께 과잉 비급여 실태 등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경실련

경실련이 15일 박지원 민주당 의원(오른쪽)과 함께 과잉 비급여 실태 등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경실련

A씨는 지난 7월 인중이 찢어지는 사고를 당한 뒤 B성형외과 의원을 찾았다. 이 의원은 “가장 좋은 재료를 써서 최대한 흉이 지지 않겠다”면서 약 187만원의 비급여 비용을 제시했다. 1㎝ 미만 봉합 수술에 환자가 부담한 총비용은 193만원가량.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 질의한 결과, 이 병원은 “비급여 의약품·치료재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같은 수술시 예상되는 환자 부담액은 4만5000~6만원으로, B의원과 비교하면 30~40분의 1 수준이었다. A씨 가족은 “비급여가 필요한지, 가격이 적정한지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는 환자가 얼마나 있겠나”라고 말했다.

A씨 같은 ‘진료비 폭탄’ 뒤엔 과잉 비급여 행태가 있다. 경실련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건보가 적용되는 의약품·치료재료보다 수백 배 비싼 비급여 제품을 쓰는 의료기관이 많지만 환자가 제대로 알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에 따르면 체외충격파 같은 비급여 의료행위뿐 아니라 의약품·치료재료의 과잉·부당 사용 문제도 점차 커지고 있다. A씨에게 쓰인 제품들이 대표적이다.

외용 지혈보조제는 같은 성분과 효능인데도 규격, 재질에 따라 급여·비급여 제품이 섞여서 사용되고 있다. 비급여 제품 중앙값(50만원)과 급여 가격의 차이는 최대 363배에 달했다. 또한 급여에서 비급여로 바뀐 한 제품은 가격이 12배 인상되기도 했다. 이들 제품의 비급여 비중은 증가하는 양상이다.

부종 완화 등에 사용하는 주사제인 히알루로니다제(효소제제)도 관리 사각 속에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히알루로니다제 진료비는 2808억원(3월 보고분을 연간 수치로 환산)으로 비급여 의약품 기준 2위에 올랐다. 최저가 대비 중앙가가 125배로 의료기관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시중에 유통 중인 비급여 제품 36개 모두 가격 공개 대상이 아니다.

연조직 재건용 치료재료도 가격 공개가 이뤄지지 않지만, 최저가(1000원)와 중앙가(1100만원)의 차이가 1만1000배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비급여 치료재료 중 진료비 2위(3180억원)로 많이 쓰이고 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같은 질환인데도 어떤 의료기관을 찾느냐에 따라 환자 진료비 부담이 수십 배가 차이 나는 셈”이라면서 “개인의 선택으로 치부하면 안 되고 정보 비대칭성, 비급여 관리 부재 등의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들어 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를 관리급여로 돌리긴 했지만, 고가의 불필요한 비급여를 규제하는 제도는 부족한 편이다. 의료기관별 비급여 가격의 최고가 등도 올해부터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해 일부 의료기관이 조장하는 ‘비싼 비급여가 더 좋다’는 식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혜영 목원대 보건의료행정학과 교수는 “비급여 끼워팔기 행태는 의료비 부담 확대, 의료서비스 질 저하, 건보에 대한 국민 신뢰 하락 등의 피해를 가져온다”면서 “급여 진료로 충분한데 고가 비급여를 끼워 넣는 혼합진료를 제한하고, 비급여 처방 시 급여 대체재를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 동의를 받는 것도 의무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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