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4년째 자가 건물에 장사하지만..." 폐업 고민하는 사장님

원재료비·인건비·수수료 상승 속 배달대행료까지 인상... 점주 부담 가중 하소연

제가 영업하는 지역 일대 배달대행료가 1㎞ 기준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오릅니다. 부가세는 별도이고, 눈·비 할증은 1000원, 폭염·한파 때는 500원이 더 붙습니다.

최근 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단체 대화방에 올라온 글이다. 글을 쓴 사람은 지방에서 14년째 외국계 유명 브랜드 햄버거 가맹점을 운영하는 A씨다. 그는 임대료를 내지 않는 자가 건물에서 장사한다. 그런데도 "가게를 접고 차라리 건물을 임대하는 게 낫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배달대행료 500원이 그를 갑자기 위기로 몰아넣은 건 아니다. 원·부재료비와 인건비, 공공요금, 플랫폼 수수료 상승이 쌓이며 부담이 임계점에 이르렀다.

서울 신촌 연세로 부근 상업지역 모습.

A씨 매장은 1층에 주방과 주문 공간, 2층에 넓은 홀이 있는 대형 매장이지만, 지금은 매출의 60% 이상이 배달에서 나온다.

"홀 손님은 줄었는데 에어컨은 틀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합니다. 그래서 2층 절반을 잘라 임대를 놓았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그런지 나가지 않네요."

"배달로 제가 돈을 가져가기보다 직원 월급이라도 주는 거죠. 아무리 생각해도 대책은 없어요. 배달을 안 할 수 없습니다."

A씨가 하소연한 '가게배달'은 배민이나 쿠팡이츠의 배달과 다르다. 브랜드 자체 앱이나 전화로 받은 주문을 지역 배달대행업체가 배달하는 방식을 뜻한다. 플랫폼을 거치면 중개수수료와 배달비, 할인 분담금이 더해져 수익이 더 줄어들기에, 본사도 할인 쿠폰을 뿌리며 자체 앱 주문을 늘리려 한다. 배달 주문의 대략 20%지만, 점주에게 가게배달은 그나마 숨 쉴 구멍이었다. 그런데 최근 지역 배달대행료도 인상돼 이 숨구멍마저 줄어들고 있다.

그는 지역 배달대행업체들이 한 거점으로 통합된 뒤 요금이 인상된 건지 궁금했다. 이후 A씨가 전해 들은 설명은 기존 배달 플랫폼들이 주문 피크 시간과 악천후에 추가 보수를 지급했고, 지역 대행기사들이 플랫폼 배달로 이동한다는 거였다. 그렇기에 지역 배달대행업체들도 기사를 확보하려면 배달료와 할증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거다.

배달비를 올리면 주변 햄버거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더 밀리고, 고객 역시 무료배달을 내세운 배민이나 쿠팡이츠로 옮겨 간다는 게 A씨의 생각이다. 결국 그동안 숨 쉴 구멍이 되어 주던 지역 배달대행의 활용은 줄어든다.

"지역 소비자가 2500원, 3000원의 별도 배달비를 내느니 구독료를 내고 무료배달을 이용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가면 배민과 쿠팡이츠 비중은 더 커지고 지역 배달대행은 더 줄어들 겁니다."

그는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기존 플랫폼의 무료배달이 지역 배달대행을 위축시킨다고 봤다. 기사를 확보하기 위해 지역 배달대행 업체가 요금을 올리면 고객 이탈로 이어져, 결국 기존 플랫폼의 지배력이 커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서울 시내에서 배달 노동자가 이동하고 있다.

반면, 입점 점주는 수수료 부담에 신음하는데, 라이더의 건당 단가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배달 노동에는 기름값과 보험료, 오토바이 유지비가 들고, 악천후와 사고의 위험도 따른다. 선진경제에서 인건비 인상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라이더의 몫을 깎아 비용을 맞추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그 비용을 음식점이 고스란히 떠안는 것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집 앞까지'라는 편익에는 대가가 따르고, 그 대가는 편익을 누리는 소비자가 치르는 것이 맞다. 그런데 시장 장악에 나선 거대 플랫폼이 이 비용 구조를 비틀고 있다.

플랫폼이 만든 원형 경기장에서 라이더와 점주가, 점주와 점주가, 라이더와 라이더가 서로의 몫을 두고 싸운다. 누가 이기든 플랫폼은 판이 벌어질 때마다 제 몫을 챙긴다. 쿠팡이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18억 원으로 277.5% 늘었고, 배민의 영업이익은 줄었다고는 하지만 5929억 원에 달했다. 지금 배달음식 시장의 잔혹한 풍경이다.

A씨 매장의 최소 주문금액은 1만 8000원이다. 그가 계산한 원·부재료비와 로열티·광고비 등 본사 관련 비용은 매출의 약 53%. 여기에 배달대행 기본료 4000원을 빼면 약 4460원이 남는다.

명절에 눈이나 비까지 내려 배달료와 할증료가 5500원에 이르면 남는 금액은 2960원이다. 이 돈으로 인건비와 공공요금, 카드수수료, 세금, 시설 수선비를 감당해야 한다. 임차료는 아직 계산에 넣지도 않았다.

"1만 8000원을 팔아서 5500원을 배달비로 주고 본사 비용을 빼면 저는 뭘 가져갑니까. 무료로 봉사하는 거죠."

재료 가격은 올랐지만 판매가격에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14년 된 주방기계 등 유지보수 비용도 계속 발생했다. 여기에 본사의 할인 행사도 부담이다. 과거 본사와 플랫폼이 나눠 내던 배달 할인 비용의 30%를 최근에는 가맹점에 요구한다고 한다.

A씨는 순이익률이 10%는커녕 임대료를 반영하면 8%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할인 행사에 참여하면 이익률이 줄고, 참여하지 않으면 매출이 떨어진다.

"직영점은 자재가 자기들 것이니 마진이 남아서 행사를 해도 되죠. 저는 못 합니다. 단품 행사 같은 건 안 한 지 오래됐어요. 매출이 줄더라도 어쩔 수 없어요."

실제로 그의 매장 매출은 전년보다 10%가량 줄었다. 아르바이트생도 구하기 어려워 그는 요즘 거의 쉬는 날 없이 일한다.

"(장사 대신 건물을 임대하면 나올) 임대료를 생각하면 손해죠. 그래서 이 사업을 계속해야 하나 접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2026년 8월 한국 수출은 983억 달러로 전년 같은 달보다 68.7%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은 466억5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AI가 만든 눈부신 성적표다. 정부는 이 성장을 더 키우겠다며 반도체와 AI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 숫자에 누군가가 뿌듯해하는 사이, A씨는 플랫폼과 프랜차이즈 본사의 압박 속에 라이더와 소비자 사이에 놓인 500원에 마음을 졸인다. 지원은 성장하는 쪽으로 몰리고, 말라가는 자영업자에게는 눈길이 닿지 않는다.

반도체와 AI가 이끄는 '풍요'의 반대편에서 음식점과 배달노동자는 플랫폼 기업이 만든 비용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불안' 속에 버티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배달비가 비싸냐가 아니다. 그 비용을 정할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가, 그리고 위험은 왜 늘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흘러가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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