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대 4 압승인데…정원오·김경수·김부겸 왜 졌나

12대 4, 광역단체장 당선자 수로만 보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다. 2022년 지방선거 때 5대 12의 참패를 그대로 되갚아 준 셈이기도 하다. 그러나 숫자의 이면엔 언제나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승리와 패배를 가르는 그 숫자 뒤에는 후보 자신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욕망과 투쟁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지도부는 계엄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도 하지 않고, 윤 다시 세력과 절연도 하지 않은 채 선거를 시작했다. 한동훈 제명과 친한파 제거는 마이너스 정치의 끝판왕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이었다. 거의 모든 조사에서 ‘정권 안정’ 프레임이 ‘정권 견제’ 프레임을 압도했다. 보수의 심장 대구의 민심마저 ‘디비졌을’ 때만 해도 15대 1이 기정사실로 되는 듯했다.
김부겸, 김경수, 정원오의 패배는 민주당에게 뼈아픈 세 개의 패배다. 김부겸의 패배는 보수의 심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었던 결정적 기회를 잃은 역사적 패배다. 김경수의 패배는 시대정신과 전략적 프레임 설정에 실패한 아주 게으른 패배다. 정원오의 패배는 민주당을 넘어 이재명 정부의 최전선을 뚫린 전략적 패배다.
이들 패배는 여론조사의 울타리를 째고 나온 야생성의 흐름을 읽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낙관론자들이 득시글한 캠프는 야생성의 징후조차 읽으려 하지 않는다. 선거에서 대중의 야생성은 회귀본능을 갖고 막판에 가서야 발톱을 드러낸다. 전략이란 마지막 순간까지 민감하게 이 흐름에 대응하는 것이다.
9대 4대 1, 14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 또한 숫자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 이긴 것 같지만 이면은 전혀 다르다. 민주당의 완패다. 원래 13곳이 민주당 현역이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울산과 충남, 평택의 패배는 야생성이 충청을 넘어 경기까지 확산했음을 뜻한다. 부산 북구갑의 무소속 한동훈의 승리는 이후 정계 개편 태풍의 씨앗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의 3등 낙선과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은 이후 벌어질 정계 개편 시나리오의 방향을 상당히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8월 당권투쟁 ‘사생결단’ 예고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둘러싸고 아주 첨예한 갈등에 휩싸일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까. 지금까지의 행태를 볼 때 그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특히 서울시장 승리를 상징화하려 할지도 모른다. 장 대표가 자리를 지킨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우선 제명당한 한동훈 후보가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의 강공을 막아내고, 정청래가 삼고초려한 ‘이재명의 남자’ 하정우 후보마저 제치며 위풍당당하게 살아왔다.
한동훈 당선자는 유권자들과 만나는 첫 선거를 매우 공격적이고 헌신적으로 치러냈으며 결과까지 만들어 냈다.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의 차이’를 몸소 겪고 돌파한 셈이다. ‘길을 아는’ 특유의 얄미움을 넘어 ‘길을 걷는’ 경험과 용기의 프레임을 얻은 것이다. 그것도 부산의 유일한 민주당 지역구에서 값진 승리를 따냈다.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은 미래가 녹록지 않다. 조국혁신당은 당의 전면에서 조국이 빠져야 역설적으로 차기 대선 후보로서 조국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 개혁신당은 이번 지방선거 평가를 통해 정당의 미래를 둘러싼 심각한 토론을 벌여야 할 것이다. 특히 개혁신당 창당 무렵 문제의식인 중도 보수 정당의 큰 그림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와 보궐선거가 정치권에 던진 숙제가 간단치 않다. 갈등은 더 격렬해질 것이다. 이 싸움에서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질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누가 이 대전환기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걱정하고 대안을 내놓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눈앞의 싸움에만 집착해 대의명분을 잃으면 궁극적으로 패배하게 된다. 조금만 길게 보면 그렇다. 정치변화든 정계 개편이든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찾아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6‧3선거 표심에 드러난 것처럼 언제든 민심의 철퇴를 맞을 수 있다.